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책 표지

여왕은 떠나고 총리는 바뀐다
권석하 지음

안나푸르나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찰스 3세 국왕, 윌리엄 왕세자, 케이트 왕세자비, 해리 왕자…, 한국에서 약 9000㎞나 떨어져 있는 영국 왕실 식구들 이름인데 전혀 낯설지가 않다. 왕족의 불륜이나 이혼, 왕세자와 평민 출신 왕세자비의 신데렐라 스토리, 해리 왕자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의 불화 등 영국 왕실 가십은 전 세계의 흥미로운 뉴스로 꼽힌다.

지난 3월 케이트 왕세자비가 암 진단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내용을 보도한 영국 신문들. [AFP=연합뉴스]

정작 영국 왕실이 가십의 대상이 아닌 살아있는 권력 기관이라는 점, 왕실과 총리의 공존 방식, 750주년을 맞은 영국 의회의 역할, 영국 언론이 영향력을 지키는 방법 등 보다 깊이 있는 내용은 잘 모른다. 진짜 영국을 알려주고 싶은 저자는 영국 왕실과 정치라는 큰 주제 안에서 과거와 현재의 유명 인물과 사건 등을 엮어 자세히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의 일부 상황과 비교한 게 인상적이다. 이를테면 영국 국회의원(하원의원)은 650명으로 300명인 한국보다 두 배 이상 많지만, 한국만큼 특혜는 없다는 점이다. 영국 의원들은 운전기사 없이 지역구 유권자들을 만나러 다니고, 공항에서 출입국 수속을 밟을 때 일반인과 똑같이 줄 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사례를 통해 국회의원을 출세의 상징으로 여기는 한국의 정치인에게 경종을 울리려고 했다.

이달 15일 영국 하원에서 리시 수낙 총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미사일 공격과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그렇다고 영국의 좋은 점만 보여주진 않았다. 하원의원 성 추문 사태, 지도자들의 아찔한 실언 등 논란이 된 여러 사건도 서술했다. 아울러 영국에서 절대권력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문제, 공영방송 BBC의 시청료와 중립성 문제 등도 거론해 한국이 현재 당면한 비슷한 문제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윌리엄 왕세자가 지난달 19일 영국 북부 셰필드 지역에서 시민과 사진을 찍는 모습. [AFP=연합뉴스]

어느새 고희가 된 저자는 영국에서 40년 넘게 살면서 한국인의 눈에 비치는 영국을 정리하겠다고 다짐했단다. 영국 왕실과 정치 편은 그 시작이다. 저자는 앞으로 영국의 경제·역사·사회·문화·예술 등에 대해서도 각각 출판할 예정이다. 다음 편도 기대가 된다. 첫 번째 편부터 이렇게 흥미롭고 알찬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냈으니. ‘영국’ 하면 바로 떠오르는 시리즈가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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