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계촌 클래식 축제에서 깜짝 앙코르를 들려준 피아니스트 조성진(왼쪽)과 김선욱. 사진 현대차 정몽구 재단

2일 저녁 강원도 평창군 계촌리의 야외 무대 ‘계촌 로망스 파크’. 오케스트라와 피아노의 1부 공연이 끝나고 앙코르 무대가 준비될 때 객석이 술렁였다. 무대의 피아노에 악보를 놓는 보면대, 또 피아노 의자가 하나 더 들어섰기 때문이다.

제10회 계촌 클래식 축제 2일 폐막

이어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인 김선욱(36)과 피아니스트 조성진(30)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피아노 한 대에 나란히 앉은 이들이 연주한 곡은 브람스의 형가리 무곡 5번. 청중 7000명의 환호를 부른 깜짝 앙코르였다. 이들은 공연 응모자 1만7000명 중 추첨이 된 청중이다.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해 하루 전부터 와서 기다렸던 이도 많았다.

스타 음악가인 김선욱과 조성진의 공동 공연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김선욱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했고 조성진이 이들과 함께 쇼스타코비치의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실내 클래식 공연장의 3배 이상인 크기의 야외 공연장인만큼 이들의 음악적 해석은 더 분명했다. 조성진은 ‘진지한’ 공연장에서보다 한층 밝고 과감한 색채로 음악을 표현했다. 그 자신이 좋은 피아니스트인 김선욱은 그 세계를 존중하며 오케스트라를 이끌었다. 이 곡이 끝난 후 한 대의 피아노로 함께 연주한 앙코르는 야외 공연의 축제 분위기에 맞는 선곡이었다. 김선욱과 경기필하모닉은 이어진 2부에서 브람스의 교향곡 2번을 연주했다.

두 피아니스트는 일찍이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이름을 알렸다. 김선욱은 18세에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조성진은 21세에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무대에 설 기회는 없었다. 이날 공연은 이들이 지휘자와 피아니스트로, 또 같은 피아니스트로 함께 한 독특한 무대였다.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김선욱(왼쪽)과 피아니스트 조성진. 사진 현대차 정몽구 재단

김선욱과 조성진의 공연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한 계촌 클래식 축제의 마지막 무대였다. 지난달 31일 시작해 피아니스트 백건우ㆍ이진상, 베이스 바리톤인 사무엘 윤, 지휘자 정치용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오케스트라 등이 축제에 출연했고, 지역 주민을 포함해 총 1만4000명이 관람했다. 축제는 두 개의 야외 공연장과 비닐 하우스, 거리에서 열렸다.

화려한 출연진이 다녀간 계촌은 인구 1700명의 작은 마을이다. 축제의 발단은 2009년 계촌 초등학교의 폐교 위기였다. 바이올리니스트였던 권오이 당시 교장이 전교생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를 창단하며 학교를 살렸다. 이 소식을 들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은 2015년부터 오케스트라 교육을 지원하고 문화 사업을 운영하며 축제를 시작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도 콘텐트 지원과 교육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축제는 그렇게 올해로 10회를 맞았다.

계촌 클래식 축제의 마지막 날 전경. 계촌 로망스 파크는 총 7000명이 관람하는 야외 공연장이다. 사진 현대차 정몽구 재단

김선욱과 조성진의 첫 협연을 성사시킨 계촌에는 가로등의 스피커에서 늘 음악이 흘러나오고 ‘클래식을 듣고 자란 농작물’이라는 홍보 문구로 특산품이 판매된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 측은 “사업 초기에는 인프라가 없는 외딴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공원, 공연장, 조형물 등이 들어서며 지역과 함께 만드는 예술 마을의 전형을 보여주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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