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나믹듀오(최자, 개코). 사진 아메바컬쳐

“초등학교 6학년 때 만나 지금까지 붙어있다고 하니 이상하게 보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그런 사이 절대 아닙니다.”(웃음)

‘링마벨’,‘고백’,‘스모크’ 등 많은 히트곡을 만든 남성 힙합듀오 다이나믹 듀오(이하 '다듀')가 데뷔 20주년을 맞아 이같은 해명부터 했다. 개성 강한 장르인 힙합을 하면서 다툼 한 번 없이 팀을 유지하고 있으니, 주변에서 “수상한 관계가 아니냐”는 오해가 많았단다. 개코(김윤성·42)와 최자(최재호·43)는 학창 시절까지 포함하면 30년 이상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다듀의 실제 초등학교 생활기록부. 왼쪽부터 개코, 최자. 사진 아메바컬처

이들을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소속사(아메바컬쳐) 사무실에서 만났다. 개코는 “우리 둘의 궁합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오래하는 비결이라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자는 “다듀라는 팀을 중심으로 둘이 위성처럼 거리감을 알맞게 잘 유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성이 붙어 이런 관계를 벗어나기 힘들어졌다”고 부연했다.

힙합으로 만난 ‘영혼의 단짝’

초등학생 때 둘은 키 차이도 나고 성격도 달라 좀처럼 친해질 기회가 없었단다. 그러다 최자가 가져온 피규어로 친해졌고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해갔다.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 사진 아메바컬쳐

개코는 “최자가 ‘터미네이터’ 피규어를 자랑하려고 들고 왔는데 아무리 봐도 정품같지 않았다. 그 피규어를 놓고 웃다가 서로 ‘덕후력’을 뽐내기 시작했고, 그 계기로 음악 이야기를 하며 친해졌다”고 회상했다.
최자는 “그때 나는 반에서 키가 큰 편이었지만 내성적이었다. 개코는 운동, 춤, 그림 등에 취미가 있었고 활발했다. 공통점은 힙합이었다.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음악’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이나믹듀오(최자, 개코). 사진 아메바컬쳐

두 사람은 언더그라운드 래퍼팀 K.O.D를 결성하고 힙합씬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0년엔 오버그라운드 래퍼팀 CB MASS에 합류했고, 드렁큰타이거를 주축으로 한 힙합 크루 무브먼트로 뭉쳤다. 당시 최고 인기였던 무브먼트엔 윤미래, 양동근, 은지원, 에픽하이, 리쌍 등이 참여했다.

그간의 시간을 돌아보며 개코는 “성공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단순하게 오래하는 그룹이 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지금도 타이거JK 형 보면서 열심히 한다. 에픽하이와는 한때 견제를 했지만, 지금은 서로 격하게 응원하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데뷔곡은 2004년 나온 ‘링마벨’이다. 이후 2집 ‘고백’, 3집 ‘출첵’ 등 히트곡을 꾸준히 만들었다. 2006년엔 아메바컬쳐를 설립하고 슈프림팀·자이언티·리듬파워 등을 지원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대중적인 힙합 뮤지션으로 인정받으며 롱런 중이다. ‘난 핸들이 고장난 에잇톤 트럭’ 등의 가사는 수년에 걸쳐 인용되고 있고, 1998년생인 Mnet ‘쇼미더머니11’ 준우승자 허성현은 ‘다듀 키즈’를 자처했다.

다듀가 제작한 정규앨범 1집부터 10집까지의 취향표. 사진 아메바컬처

최자는 “주도면밀한 성격이 아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단순히 일이 좋아서 여러가지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회사를 설립한 지 꽤 됐음에도 최근에서야 우리가 가수라는 걸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죽기 직전까지 무대 서고파”

28일 공개한 정규 10집 ‘투 키즈 온 더 블록’은 다듀의 오랜 궁합을 과시하는 앨범이다. 지난해 발매하려 했으나, 갑작스런 ‘에아오’(2014) 역주행, ‘스모크’의 대박으로 스케줄이 많아졌고 결국 해를 넘겨 발매하게 됐다.

다이나믹듀오(개코, 최자). 사진 아메바컬쳐

수록된 12개의 트랙엔 힙합을 좋아했던 소년들이 다듀로 이름을 알리기까지의 이야기가 시간 순으로 담겼다. 배우 이병헌·정만식이 내레이션에 참여했고, 비와이·크러쉬·pH-1·허성현·주니·릴러말즈·태버·DJ 프리즈·피식대학 등이 피처링에 가세했다.
다듀는 이병헌 섭외에 대해 “정규 10집을 여는 ‘인트로’에 누구나 아는 배우가 나왔으면 했다. 아내 이민정을 통해 부탁했다. 고교 후배인 민정과는 오래 알고 지낸 사이였고 둘의 결혼식 축가도 했었기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신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19’를 꼽았다. 힙합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던 학창 시절의 개코와 최자를 투영한 곡이다.

다이나믹듀오 최자. 사진 아메바컬쳐

“학교 끝나면 내가 사는 정문과 개코가 사는 후문을 왔다갔다 하면서 음악을 나눠듣곤 했어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때의 나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요.”(최자)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음악을 너무나 하고 싶어했고 그 마음이 불타오를 때였죠.”(개코)

‘19’가 다듀의 회상곡이라면, 앨범의 타이틀곡이자 마지막 트랙인 ‘피타파’(피자 타코 파스타)는 다듀의 포부를 담은 미래지향적인 노래다. 현재 위치에 그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최자는 “옛날 이야기로만 채우려니 지루했다. 새롭게 환기하고 내일을 이야기하고 싶은 노래라서 타이틀곡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다이나믹듀오 개코. 사진 아메바컬쳐

후렴구에선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음식인 햄버거·피자·타코·파스타를 활용해 떼창을 유발한다. 개코는 “노래를 작업할 때마다 무대를 그려본다. ‘피타파’는 가장 자연스럽고 신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팬과 함께할 20주년 기념 콘서트를 기대했다.
다듀는 30주년, 40주년 콘서트도 꿈꾼다. 개코는 “어떤 노래를 내느냐 보다 10년, 20년 뒤에도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해졌다”고 했고, 최자는 “제임스 브라운처럼 죽기 직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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