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몰입형 전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사진 빛의 시어터

17세기 네덜란드 공화국의 위세는 전 세계를 호령했다. 막강 함대를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대아시아 무역을 장악했다. 1602년 설립한 동인도회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기업으로 번영하며 1799년까지 존속했고 이에 힘입어 암스테르담에 세계 최초의 증권 거래소가 생겼다(1608년). 지역 상인, 시민 계급의 폭발적 성장은 당대 인문·예술의 꽃을 피우는 바탕이 됐다. 오늘날 우리를 설레게 하는 요하네스 베르메르(1632~1675),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 야코프 판 라위스달(1628~1682) 등 위대한 화가가 이 시기 활동했고 이 같은 토양 위에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같은 예술혼이 태동할 수 있었다.

17~19세기 네덜란드 거장들의 주요 작품을 몰입형 전시로 만날 수 있는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이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빛의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다. 11월 24일까지 계속되는 전시는 베르메르, 렘브란트, 반 고흐 등의 작품을 빛과 음악, 디지털 기술에 담아 12개의 시퀀스로 소개한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야경(The Night Watch)’ ‘별이 빛나는 밤’ 등 300여점을 통해 당대의 자연과 사회를 여행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몰입형 전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사진 빛의 시어터

이번 몰입형 전시도 앞서 ‘구스타프 클림트, 골드 인 모션’(2022)과 ‘달리, 끝없는 수수께끼’(2023)를 함께 했던 프랑스 컬처스페이스 스튜디오와 협업했다. 전시 기획을 맡은 디지털 아티스트 겸 건축가 비르지니 마르탱은 “이번 전시는  베르메르가 가졌던 영화적인 시선에서 영감을 받아 한편의 연극처럼 기획했다”면서 “관객들은 미세한 디테일과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을 감상하면서 마치 그 일부가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옛 워커힐 극장의 공간적 특색을 살려 재구성한 문화재생공간에서 관람객들은 마치 배를 타고 정박하는 듯한 느낌으로 델프트 등 네덜란드 풍경화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어서 명암의 대가 렘브란트가 관람객들을 자아성찰의 세계로 이끈다. 대성당의 중심부에 어둠이 내려 앉고 성서에 관한 주제로 둘러싸인 영적인 분위기가 전개된다. 아브라함 블뢰마르트의 신의 왕국, 헨드릭 아베르캄프의 얼어붙은 광야, 헨드릭 코르넬리스 브룸의 바다 풍경, 얀 스테인이 그려낸 작은 술집의 축제 같은 분위기 등이 역동적인 17세기 네덜란드를 엿보게 한다. 마지막으로 반 고흐의 두터운 붓질이 프랑스 남부의 여름과 밤하늘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서울 광진구 '빛의 시어터'에서 열리고 있는 몰입형 전시 '베르메르부터 반 고흐까지, 네덜란드 거장들'. 사진 빛의 시어터

메인 전시 외에 네덜란드 출신 차가운 추상의 거장 피에트 몬드리안의 작품으로 구성된 ‘색채의 건축가, 몬드리안’전도 만날 수 있다. 초기 풍경화부터 시각적 간결함을 추구한 후기 작품까지 총 5개의 시퀀스로 나누어 조명한다.

빛의 시어터는 1963년 개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현대식 공연장 워커힐 시어터를 개조한 곳으로 총면적 약 1500평, 최대 높이 21m에 달하는 규모에 고화질 프로젝터와 3D 음향 시스템을 접목해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관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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