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은 “혹시나 내 차례가 올 것이란 기대감으로 열심히 했더니, 오늘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사진 토탈셋]

“바람에 날려버린 허무한 맹세였나. 첫눈이 내리는 날, 안동역 앞에서.”

가수 진성(64·본명 진성철)의 히트곡 ‘안동역에서’(2012)가 지난달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금영노래방 차트에선 6년간 애창곡 1위 자리를 지켰다. 안동역 앞엔 노래비까지 세워졌다. 진성은 같은 한국갤럽 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가수’ 7위에 랭크했다.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의 합주실에서 만난 진성은 데뷔 30주년 기념 전국투어 ‘진성 빅쇼’의 막바지 연습을 하고 있었다. 2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시작한 전국투어는 고양·울산·부산·창원·부평·대구·대전·천안 등 약 10개 도시를 순회하며 1년 간 이어진다. 공연에서 진성은 힘들고 외로웠던 유년 시절부터 밤 무대를 전전하며 무명 가수로 살아오기까지의 과정을 세트리스트에 담았다.

그는 “‘안동역에서’가 히트한 게 52세 무렵이다. 무명이 길어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한다. 무난한 일상이 행복하고 주변에 늘 감사하며 지낸다. 일찍 성공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소중한 감정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 살 때 부모님이 집을 나간 후 친척집을 전전했다. 구두닦이·신문팔이·막노동·행상 등을 하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면서도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고 17세부터 야간업소에서 노래했다. 17년 뒤인 1994년, ‘님의 등불’로 데뷔했다.

성공을 실감하나.
“실감하지도 않고, 내세우고 싶지도 않다. 무난하게 살아가는 게 행복이다.”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준 마음은 뭐였을까.
“‘혹시나’였다. 이제 내 차례가 아닐까 하는 마음으로 버텨왔다. 물론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거다. 힘든 삶을 살았지만, 삶 자체는 실패하지 않았다.”
이끌어준 선배가 있나.
“눈칫밥 먹어가며 터득한 경험과 지혜로 살았다. 어렸을 때 너무 배고파서 토마토를 따먹었는데, 밭 주인한테 뺨을 세게 맞았다. 그게 교육이 됐다. 그런 식으로 삶을 배워갔다.”

진성은 유명해진 이후인 2016년, 갑작스런 혈액암과 심장판막증으로 투병했다. 잠들면 죽을 것만 같던 극심한 두려움 속에 힘이 돼준 건 아내였다. 49세의 늦은 나이에 결혼한 진성은 소문난 애처가다. 스케줄이 없을 땐 아내와 경기도 고양시의 농장에서 채소를 키우며 시간을 보낸다. 그는 “조용히 둘만 있는 삶이 최고”라고 말했다.

요즘 건강은 어떤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 조금만 무리해도 2~3일 간 후유증이 남는다.”
은퇴 생각도 한다고.
“눈동자가 살아있고 몸이 잘 움직일 때까지만 활동해야 한다. 70대 초반에 은퇴할 생각이다. 외풍을 많이 겪은 삶이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적이 없다. 좋은 후배들이 많아졌으니 믿고 물러나도 될 것 같다.”
후배들에 조언을 해준다면.
“양보할 줄 알아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 사람이 귀한 줄도 알고, 예의도 바른 친구여야 성공할 수 있다. 그런 것을 건너 뛰고 음악으로만 성공한다면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겨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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