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산업 분야에서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가 늘어나며 시간과 비용이 절감되고 있지만, 저작권 문제 등 새로운 쟁점이 생기고 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주최의 <AI와 콘텐츠 산업: 전망과 쟁점> 세미나에서 AI가 바꿀 콘텐츠 산업의 모습을 전망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올 초 방영된 MBC의 ‘PD가 사라졌다’라는 프로그램이 여러 번 언급됐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3부작으로 방영된 ‘PD가 사라졌다’는 AI PD가 연출로 입봉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AI시대에 급속히 진입하면서 예고편 만들기, 자막 만들기 등 단순한 작업을 넘어 시나리오 쓰기, 연출 등 창의력이 요구되는 활동까지 AI가 할 수 있게 됐다. 이 프로그램은 PD직도 AI가 대체할 수 있다는 방송계 우려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았다.

▲2월부터 3월까지 방영된 MBC 'PD가 사라졌다'.

전범수 한국방송학회장은 “‘PD가 사라졌다’라는 프로그램이 나온 것처럼, 이제는 AI를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현상이 현실이 됐다”며 “AI 기술이 방송 산업에 긍정적 측면도 가지고 올 테지만 반대로 저작권 문제 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영주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연구위원은 “기존의 전통적인 방송사들뿐 아니라 OTT들도 AI를 통해 추천 시스템을 만들고 자막을 만들고 시나리오까지 쓰게 하면서 비용 절감을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드라마 ‘카지노’에서 최민식 배우의 30대 모습, 한 보험회사의 CF 속 윤여정 배우의 젊은 모습을 AI가 만들어냈다. 과거에는 배우의 얼굴을 3D로 풀 스캐닝해 수작업했지만 이제는 AI가 이런 작업을 하면서 시간과 인력, 비용을 아끼고 있다는 것이다.

▲윤여정 배우의 젊은 시절을 AI로 만들어낸 한 보험회사의 CF.

한영주 연구위원은 “기존에는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추천 시스템을 만들거나 사용자 경험 향상, 자막이나 편집 등에 활용해왔는데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분석해 캐릭터를 개발하거나 플롯 구조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기술이 필요했던 제작 및 편집에도 활용하고 있다”며 “콘텐츠 분야에서 AI개발은 많은 비용이 필요해 진입이 쉽지는 않지만 한번 진입하면 빠르게 성장해 타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위원은 “다만 국내 미디어 산업의 AI 활용은 해외 미디어 산업에 비해 낮고, 가시적 성과가 부족하다”며 “산업 내 AI 기술 투자와 지속 가능한 자본 확보의 어려움으로 활성화가 더딘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개인 PD의 감이 아닌 AI를 통한 데이터 분석과 제작으로 나아가야”

백상기 YTN 부장은 국내 미디어 산업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미디어렙사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 부장은 “CJ ENM의 메조 미디어처럼 콘텐츠를 만드는 회사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며 “시청자들이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데이터를 가지고 AI를 통해 분석하고, 시나리오를 고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부장은 MBC의 ‘PD가 사라졌다’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물론 시도는 매우 훌륭했지만 시청률이 낮아 3부작으로 끝났다. 이러한 시도들이 계속되고 인기를 끌려면 더 이상 개인 PD의 ‘감’이 아닌 AI 등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제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AI와 콘텐츠 산업: 전망과 쟁점' 세미나에서 백상기 YTN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창작 과정 불투명한 AI 창작, 저작권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

AI를 통해 콘텐츠를 만들 때 저작권 문제도 쟁점이다. 조연하 미디어미래연구소 객원 연구위원은 “AI를 이용한 콘텐츠 창작 동향이 단순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을 넘어 창의성이 요구되는 창작으로 확장되며 시나리오 창작, 예고편 창작 등이 가능해졌다”며 “AI 콘텐츠 창작은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되지만 창작 과정이 불투명해 저작권 침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타임스가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오픈AI와 MS에 저작권 침해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 등이 AI를 학습시키면서 뉴욕타임스의 원고 저작물을 사용한 것이 무단적인 저작권 복제이며, 뉴욕타임스가 운영하는 상품 리뷰 사이트의 상품 추천 리스트를 그대로 복제하여 AI 이용자들에게 보여주는 행위가 뉴욕타임스의 재정적 능력을 손상 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연하 연구위원은 “AI의 학습과 분석 목적의 데이터 이용의 면책 범위와 최종 결과물의 공적 활용 증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AI 생성물에 사용된 저작물 권리관리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이 필요하며 AI 학습 단계가 완료된 후에는 사용된 자료 삭제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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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올 초 프랑스 정부는 구글이 언론사 뉴스를 무단으로 AI 학습에 사용했다는 이유로 약 3600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라며 “한국에서도 이런 문제가 더 많이 알려져야 하고 한국 언론사도 크롤링(웹 데이터 수집 행위)을 어렵게 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뉴스 저작권 문제는 AI가 너무나 많은 뉴스를 학습하기 때문에 언론사마다 기여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보도자료를 기반으로 쓰인 뉴스가 많은 점도 정확한 기여도 측정을 어렵게 한다”며 “콘텐츠 학습을 AI에 중단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함께 협력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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