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학전 대표[학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운영하며 후배 예술인을 양성한 가수 김민기가 73세의 일기로 지난 21일 별세했다.

김민기는 1975년 군부독재에 의해 ‘아침이슬’이 금지곡으로 지정된 후 1987년까지 앨범을 발표하지 못하는 등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이후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성했으며 1991년에는 대학로에 ‘학전’을 개관해 후배 예술인들 양성에 힘썼다. 

1975년 ‘아침이슬’ 금지곡 지정 

22일 공연예술계에 따르면 김민기는 전날 지병인 위암 증세가 악화돼 세상을 떠났다. 

1951년 전북 익산에서 10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김민기는 경기중, 경기고,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미술과 음악 모두 예술적 기질이 깊었던 그는 서울대 미대 1학년 때인 1969년 '도비두'라는 그룹을 결성,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70년 서울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하면서 그의 대표곡 '아침이슬'을 작곡했다. 이 노래는 김민기의 초등학교 동창인 양희은이 부르면서 당시 군부 독재 저항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 노래는 1970년대 당시 억압된 정치 상황을 은유하는 것 같다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으면 사전 심의 통과가 어려워 작곡을 해 놓고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침이슬’ 발표 후 그를 둘러싼 정부 당국의 감시가 심화했고, 1975년 초 유신 반대 운동에서 그가 만든 노래가 불리면서 ‘아침이슬’은 금지곡이 됐다. 

1971년 발표한 데뷔 음반 '김민기'는 출반 직후 모두 압수당했고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 그의 노래들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다.

솔로 1집은 판매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 결정은 1980년대 전두환 신군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1987년 6월 항쟁까지 앨범을 발표하지 못했다.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 결성 

김민기는 대학 졸업 후 막노동과 공장 취업 등으로 생계를 꾸렸다. 1981년 5월, 신군부가 ‘국풍81’ 무대에 김민기를 올리기 위해 회유했으나, 이를 거절하고 농사를 지었다. 가끔 마당극 등을 연출했으나 타인 이름으로 연출했다.

김민기는 이후 생계를 위해 봉제 공장과 탄광에서도 일하기도 했으며 1984년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결정, 프로젝트 음반을 발매했다. 

연극에도 활발히 참여했던 김민기는 1973년 고 김지하의 희곡 '금관의 예수'와 이듬해 마당극 '아구' 제작에 참여했고 1978년 노래극 '공장의 불빛'을 시작으로 1983년 연극 '멈춰선 저 상여는 상주도 없다더냐' 등도 연출했다.

1991년 소극장 ‘학전’ 개관 

지하철 1호선' 공연 모습[학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연합뉴스]

1991년 3월 자신의 곡들을 모은 4장의 음반 계약금으로 서울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했다. 이후 공연을 연출하며 고 김광석, 윤도현, 나윤선, 정재일 등 후배 예술인을 배출했다. 

특히 1994년부터 시작한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한국 뮤지컬 역사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원작을 한국 정서에 맞게 번안한 작품으로 2023년까지 8천회 이상 공연이 이뤄졌고 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를 배출하기도 했다.

'의형제'로 2001년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분 대상과 연출상을 받았고, 독일과 중국, 일본에서 해외 순회공연도 진행했다. 이 공로로 2007년에 독일문화원에서 수여하는 괴테 메달을 받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윤이상과 백남준 이래 세 번째 수상자가 됐다. 문화예술에 지대한 공을 남긴 그는 지난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학전’은 재정난과 김민기의 건강 악화로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폐관 소식을 알렸으나 지난 17일 ‘아르코꿈밭극장’이 개관 했다.

아르코꿈밭극장 “학전 역사성과 정체성 계승”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꿈밭극장에서 열린 개관식에서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예술위원회는 경영 악화로 문을 닫았던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단장했다. 2024.7.17 [사진=연합뉴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는 지난 17일 학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계승한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 개관식을 했다. 새 이름은 ‘어린이들의 꿈이 움트고 자라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아르코꿈밭극장은 학전의 한 축이었던 어린이·청소년 대상 공연을 중심으로 하며 운영 주체는 아르코다. 아르코 측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부터 대관을 시작하고 5억원 규모의 ‘어린이 꿈밭 펀딩’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병국 아르코 위원장은 “무대에 오르는 작품은 어린이, 청소년극을 중심으로 한 학전의 역사성, 연속성을 살릴 수 있는 작품 위주로 공모 절차를 거쳐 선정할 것”이라며 “어린이·청소년을 위해 기존에 모은 4억원 정도의 후원금이 있는데 이를 확대해 어린이 꿈밭 펀딩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일회성으로 공연 단체들을 지원하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래퍼토리화된 공연이 인구 소멸 지역 등 전국을 순회할 수 있도록 모색하겠다”고 했다.

극장은 169석 규모의 공연장 꿈밭극장(지하 2층)과 연습실·어린이 관객 교육 공간으로 쓰이는 텃밭스튜디오(3층), 책을 읽는 공간인 꽃밭라운지(2층) 등으로 구성됐다. 기존 설비 중 누수 우려가 있던 배관은 보수를 마쳤다.

이날 개관 특별공연으로 어린이 관객 참여형 공연인 그림자 인형극 ‘와그르르르 수궁가’를 선보였다.

학전 입구에 세워져 있던 김광석 추모비, ‘지하철 1호선’ 원작자 폴커 루트비히와 작곡가 비르거 하이만의 흉상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그 옆에 학전의 연혁을 밝힌 새 기념물도 세웠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이미영 씨와 2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고, 24일 발인 예정이다.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장례식장은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2, 3호실에 마련됐으며 조문은 22일 오후 12시30분부터다. 유족 측은 “고인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한다”고 알렸다.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발인은 24일 오전 8시 진행되며 장지는 천안공원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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