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딸에 대하여' 포스터.

대전시가 대전여성영화제의 성소수자 관련 작품 상영 중지를 요구해 “표현의 자유 침해이자 혐오를 조장하는 차별 행위”라는 반발이 나온다. 영화제를 주최한 여성단체 측은 대전시의 보조금을 모두 반납하고 시민 모금을 통해 영화제를 진행하기로 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따르면, 대전시는 지난달 30일 대전여성단체연합 측에 오는 5~6일 진행되는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 ‘딸에 대하여’를 다른 작품으로 교체하라고 요구했다. 해당 영화가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이기때문에 대전시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되는 영화제에서 상영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다.

영화 ‘딸에 대하여’는 김혜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성소수자 딸을 둔 중년 요양보호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요양보호사와 대학 강사 등 비정규직에 종사하는 서로 다른 세대의 여성들을 다뤄 노동, 주거, 가족, 노화, 사랑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 작품으로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특히 이번 영화제에선 ‘딸에 대하여’ 상영 후 이미랑 감독과의 GV도 예정돼 있다.

대전시는 지난달 31일에도 대전여성단체연합에 공문을 보내 “지방보조금 사업으로 수행 중인 대전여성문화제 상영 작품 중 일부에 대해 언론 보도와 민원 제기 등 논란이 있다”면서 “지방보조금 보조사업 목적에 부합될 수 있도록 콘텐츠 변경 등 보완해 시행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한다”고 했다. 

▲ 대전여성문화제 포스터. 사진=대전여성단체연합 페이스북 갈무리.

대전여성단체연합은 ‘2024년 성평등주간 대전여성문화제’를 맞아 여성주의 강좌와 대전여성영화제를 기획했다. 대전여성문화제는 차별을 무너뜨리고 지역의 성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올해 9회를 맞은 문화행사로, 대전여성영화제는 올해 4회째 진행돼왔다. 대전시는 수년간 이 행사에 보조금을 지원해왔고, 올해에도 대전여성단체연합에 대전여성문화제 예산으로 보조금 1350만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지난해에도 인천시가 인천여성영화제 상영작에 퀴어 영화를 포함하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차별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천여성영화제를 주최한 인천여성회는 인천시를 상대로 기본권과 평등권,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을 제기했고, 인권위는 올해 7월 인천시 처분이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 인천여성영화제 조직위원회(조직위)는 지난해 6월22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 앞에서 '차별행정 자행하는 인천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윤유경 기자.

“민간 자율성 무시, 인권·표현의 자유 침해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대전시의 보조금 수령을 거부하고 시민모금을 통해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행사의 규모는 일부 축소됐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지난 2일 성명에서 “상영작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이라며 “혐오를 조장하는 일부 기독교계 집단의 소수의 민원과 성소수자 이슈가 사회적 논란이라고 하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전시의 요구대로 해당 영화의 상영을 철회할 수 없다”며 “보조금이라는 이유로 검열과 혐오를 방관하고 동조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대전시의 인권침해 행정, 혐오 행정에 대해 절대 묵과하지 않고 맞서 싸울 것”이라며 “우리는 대전시 보조금을 보이콧하지만 대전여성문화제에 약속된 행사를 축소한 형태로나마 대전시민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 매년 대전여성문화제를 기다려주고 함께 해주신 시민들과 연결하는 중요한 장으로 대전여성문화제를 더욱 견고히 만들어갈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계 주요 단체가 모인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와 대전독립영화협회도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대전시의 차별 행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시민이 주도하고 시가 협력하는 사업에서 뚜렷한 근거 없이 특정 상영작의 상영 중지를 통보하는 것은 시민의 정당한 문화 접근권과 민간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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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딸에 대하여' 포스터.

이들은 대전시에 △시민에 대한 공익적 의무를 다하고 부당한 간섭을 중단할 것 △시민과 활동가, 창작자를 옭아매는 상영 중지 결정을 철회하고 본래 취지에 맞게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 △공공의 이익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문화적 차별을 허물기 위해 노력할 것 △현재 사태에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홍희진 진보당 대변인도 5일 브리핑에서 “지자체가 반인권, 혐오에 앞장서며 차별적 행정을 남발하고 있는 꼴”이라며 “대전시의 반인권적, 차별적 행정은 그 자체로 규탄과 시정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홍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를 필두로 반인권, 차별적 행정을 남발하는 지자체들은 혐오 세력의 행동대장 노릇을 하며 인권을 훼손하는 차별 행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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