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24의 LG전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이동형 AI 홈 허브 ‘Q9’(코드명)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소설가가 가전 전시회의 밑그림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4’에서 LG전자와 MZ 세대가 사랑하는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색적인 조합이 성사됐다.

7일(현지시간)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IFA 전시장 ‘AI 홈’의 전체 주제를 관통하는 스토리텔링을 위해 과학소설(SF) 작가 김초엽(31)과 협업했다. 한국에서 SF 소설 붐을 일으킨 김 작가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IFA 전시장에 이케아 쇼룸을 연상시키는 집안 공간을 차렸다. 이 공간에는 알고보면 숨겨진 사람들과 그들의 사연이 존재한다. 김 작가가 다양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캐릭터를 만들고, 그들의 일상에 스며든 네 가지 AI 홈의 이야기를 구현한 것이다.

전시에는 총 네 가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집은 은퇴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캐릭터 실비오와 테오를 중심으로 사용자의 건강 관리와 생활 루틴에 특히 신경쓰는 ‘세컨드 유스 홈’이다. 다음 집은 운동을 좋아하는 10대 소년 이든을 양육하는 꼼꼼하고 에너지 절약에 힘쓰는 이든의 부모가 거주하는 ‘스마트 그린 홈’이다. 유행에 민감한 소녀 엠마와 엠마의 고양이 루나에게 필요한 케어가 이뤄지는 ‘어팩셔네이트(다정한) 홈’, 홈 파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 세 명의 룸메이트가 함께 사는 파티 하우스 ‘딜라이트풀 홈’도 있다.

IFA를 찾은 관람객들이 LG전자 전시장의 어펙셔네이트 홈에 있는 ‘에어로 캣’을 살펴보고 있다. LG전자 제공

예를 들어 어펙셔네이트 홈에 배치된 이동형 AI 홈 허브 ‘Q9’(코드명)은 아이가 그린 이미지를 인식하고, 이야기를 지어내 들려준다. 고양이가 높고 안락한 곳을 좋아하는 점에 착안한 ‘에어로 캣’은 반려동물 가정의 ‘필수템’인 공기청정기 위에 돔형 좌석을 둬서 그 위에 자리잡으면 몸무게를 잴 수 있는 제품이다. AI 기술을 이야기라는 상상력을 통해 소비자 경험으로 연결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IFA 참가 업체들은 주방·욕실·거실과 같은 장소, 혹은 빌트인·프리미엄·볼륨존과 같은 제품군 특성으로 공간을 구성한다.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경우는 있지만, 소설가를 섭외해 전체 테마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이례적인 시도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AI홈이 개성 있는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공간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면서 “김 작가와 협업해 신선한 시각으로 젊은 세대에게 LG전자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과 세대를 초월해 고객에게 사랑받기 위한 ‘브랜드 리인벤트’ 활동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사이보그가 되다>라는 책에서 인간 몸과 과학기술이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청각 장애가 있는 김 작가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책을 함께 쓴 김원영 변호사는 휠체어를 탄다. 손상을 보완하는 장치들과 삶이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 ‘사이보그’라는 표현이 나왔다. AI 기술이 다양한 삶을 유기적으로 돌보는 ‘AI 홈’의 콘셉트와 접점이 있다.

김 작가는 “AI가 개인의 삶을 획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유한 색과 개성을 뚜렷하게 살려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협업에서 김 작가가 가장 맘에 들어하는 공간은 ‘엠마와 루나의 방’이었다고 한다. 그는 “AI 에이전트라고 하면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보송보송한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친절한 AI도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생각하며 스토리를 썼다”면서 “AI에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입히는 데 신경을 쓰면서 LG전자의 ‘공감지능’ 방향성에도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김초엽 작가.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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