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2는 2024년 서울을 배경으로 잔혹하게 이어져 온 비밀 생체실험을 다루면서 액션과 로맨스 비중을 높였다. 주연 한소희·박서준 외 새로 합류한 이무생·배현성의 호연이 돋보인다. [사진 넷플릭스]

“용서와 망각은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정동윤 감독)

총제작비 700억원의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연출 정동윤, 극본 강은경)가 지난 27일 시즌2(7부작) 전체를 공개하며 완결했다. 시즌1(10부작)이 1945년 일제 군부의 생체 실험에서 비롯된 괴수를 부각시키며 윤채옥(한소희)과 장태상(박서준)이 시대의 아픔에 맞서는 이야기였다면 시즌2는 현대(2024년)를 배경으로 두 사람의 엇갈리는 운명과 로맨스가 주가 된다.

30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정동윤 감독은 “두 시즌을 다른 톤으로 간 건 애초 기획한 것”이라며 “경성 한복판에 나타난 크리처라는 발상에서 출발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시즌 1·2 촬영도 2022년에 석달 간격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79년의 서사를 잇는 스릴러 매개체는 ‘나진’. 시즌1 때 일본군이 태평양전쟁의 전세를 뒤집기 위해 인체에 실험한 생명체로 소개됐던 나진은 현대에 와서 바이오의학 전문 전승제약에 의해 은밀하게 계승되고 있다. 정 감독은 이 같은 관점에서 “현대 서울을 영화 ‘배트맨’ 속 고담 시티처럼 음울하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시즌2는 엄마이자 괴수였던 세이싱으로부터 나진을 물려받은 채옥이 서울 한복판 연쇄 살인사건 현장에서 과거의 태상과 꼭 닮은 흥신소 운영자 호재(박서준)와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형사 스릴러의 문법 속에 뱀파이어 로맨스 분위기를 버무리면서 시즌1에 비해 한층 빨라진 속도감과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OTT 크리처물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를 감안해서 시즌2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를 부각시켰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파주 세트장에 실내외 도합 5300평(1만7520㎡)의 공간을 조성하고 전승제약의 비밀 실험실과 여기서 탄생된 쿠로코 일당이 주인공들과 맞붙는 폐공장 건물 등을 만들었다. 특히 초반부 정체 모를 살인귀로 등장하는 승조(배현성)의 능수능란한 촉수 VFX가 시즌1에서 다소 밋밋했던 괴수 표현에 생동감을 더했다.

시즌1이 시대물과 크리처물의 결합을 모색했다면 시즌2는 수사물과 크리처, 뱀파이어 로맨스, SF 히어로물 색채까지 뒤섞였다. 다소 널뛰기 하는 극중 톤에 균형추가 되는 것은 두 주연배우의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과 세월의 격차를 섬세하게 드러내는 캐릭터 조절. 한소희는 지난 25일 제작발표회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와이어(액션 장비)를 탔는데 너무 오래 타서 고소공포증이 없어질 정도였다”고 밝혔다. 현대의 총기와 타격도구를 활용하면서 훨씬 많은 액션신을 소화한 박서준은 후반부에 마치 배트맨 같은 다크히어로 분위기를 내뿜는다.

시즌2는 태상/호재의 비밀이 드러나는 4부부터 반전을 거듭하지만 지나치게 꼬아놓은 서사가 개연성을 갉아먹는다. 마에다 상(수현)으로 대표되는 일제 잔존세력과 전승제약이 현대에 와서 나진 실험을 계속하는 목적이 불분명한 데다 ‘나진 이식’이 인간성과 어떻게 공존·배치되는지도 모호하다. 정 감독은 “스토리에 선택과 집중을 하다보니 각 인물의 서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나진이라는 힘을 쥔 인물들이 각각 어떻게 살아가려 하는가를 봐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일제 육군 소속 관동군 예하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차용한 ‘경성크리처’는 시즌1때부터 “반일감정에 기댔지만 장르물로서 완성도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1945년 이후에도 죄의식 없이 사익을 위해서 뭔가 끔찍한 짓을 저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정 감독)는 설명과 달리 현재의 악행들이 SF적 상상력에 머무르고 있어 시즌1의 역사의식에서 겉도는 느낌이다.

제작사 측에 따르면 시즌2는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TV쇼부문 3위에 올랐고 한국·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 80개국 TOP10에 들었다(플릭스패트롤 집계). 정 감독은 “미국·독일 등 해외 시청자들도 호응해주는 걸 보면 보편적인 역사의 아픔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자, 지금도 쉽게 타협하고 고개 숙이는 시대적인 아이러니를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승조가 등장해 나진을 무차별 배포하는 시즌2 쿠키 영상과 관련해선 “그림자 세력이 일상까지 스며 있다는 걸 표현하려 했다”며 “굳이 시즌3를 의도한 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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