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함께 음악을 공부했던 피아니스트 박재홍(왼쪽)과 첼리스트 한재민이 15일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 롯데콘서트홀]

‘센’ 음악가와 그에 못지않게 ‘센’ 음악가가 처음으로 한 무대에 선다. 첼리스트 한재민(18)과 피아니스트 박재홍(25)이다. 둘은 오는 30일 롯데콘서트홀에서 3중주를 한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블루칩’인 두 연주자의 첫 공식 앙상블이다. 바이올린은 헝가리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토프 바라티가 맡는다.

한재민은 두려움 없고 물러서지 않는 연주를 하는 대표적 첼리스트다. 15세에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 16세에 윤이상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박재홍의 음악도 묵직하다. 2021년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올해 라흐마니노프·스크랴빈 작품으로 발매한 음반에서 강렬한 음악성을 선보였다.

두 연주자가 밝힌 팀워크 역시 음악적이고 강렬하다. 둘은 어려서부터 알고 지냈다.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박재홍은 “재민이 (초등) 5학년 때부터 연주하는 걸 봤다. 엄청난 재능을 가졌다는 걸 느꼈는데, 한 해 한 해 다르게 커갔다”고 말했다. 한재민은 “(박재홍 형은) 가지고 있는 색이 굉장히 많은 연주자고, 무엇보다 첼로에 대해 첼리스트보다 더 잘 아는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 둘 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영재교육원 출신이다. 서로를 “어려서부터 연습실에서 장난으로도 함께 많이 연주했던 사이”라고 표현했다.

앙상블을 앞둔 둘은 상대방 악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특히 박재홍은 “피아노를 안 했다면 첼리스트가 됐을 거다. 가장 좋아하는 악기가 첼로”라고 소개했다. 이어 “피아노는 한 번 건반을 누르면 그 후엔 소리가 더 커질 수 없지만, 활을 쓰는 악기는 압력을 가하면서 다채로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첼로 음역대의 소리가 가장 좋아서 음악을 들을 때면 꼭 첼로 소나타를 듣곤 한다”며 “특히 라흐마니노프의 작품 중 첼로 소나타를 가장 좋아하는데, 재민과 같은 강렬한 아티스트와 연주할 기회를 꿈꿨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연주하는 곡들도 무게가 있다. 차이콥스키가 지음(知音)이었던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의 죽음에 부치는 ‘위대한 예술가를 추모하며’ 트리오를 주요 연주곡으로 꼽았다. 여기에 라흐마니노프의 비가 1번, 드보르자크의 슬픈 노래 ‘둠키’도 연주한다. 박재홍은 “연주곡을 선정하다 보면 늘 무겁고 어려운 것을 하게 돼 누군가 말려줘야 했는데, 재민이 균형을 잡아줬다”고 말했다. 한재민이 라흐마니노프의 차이콥스키 추모곡인 비가 2번 대신 ‘둠키’를 제안했다고 한다.

강렬하고 무게감 있는 연주자들인데도 “연습실만큼은 아주 조용할 것 같다”고 자평했다. 한재민은 “말 대신 음악으로 대화할 수 있는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걸 좋아한다”며 “특히 즉흥 연주를 좋아해 계획 없이 새롭게 연주하곤 하는데, 재홍 형은 즉흥성을 잘 받아줄 수 있는 연주자”라고 소개했다. ‘이 부분은 이렇게 하자고 언어로 약속을 정해놓게 되면 연주하면서 그 말만 떠올리게 돼 음악의 흐름이 끊긴다’고 했던 스승 언드라시 시프의 말을 인용한 박재홍은 “말 대신 음악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음악만 흐르는 조용한 리허설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첼로와 피아노가 같은 크기로 연주하면 첼로 소리는 피아노를 뚫고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첼리스트가 피아니스트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소리 좀 줄여달라”다. “재홍 형은 말을 하기 전에 소리의 균형을 맞추는 연주자”라는 한재민의 말에 박재홍은 “재민의 첼로 소리를 더 듣고 싶어 피아노 소리를 줄이는 경우도 많다”고 답했다.

이번 공연은 한재민이 롯데콘서트홀에서 기획한 연중 프로그램 중 두 번째다.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상주 음악가)인 그는 지난 3월 존 윌리엄스, 카사도, 코다이 등의 무반주 음악을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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