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Pixabay

정부와 국립극단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인턴 성추행 의혹 풍자 연극을 기획한 연출가 A씨에게 2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부가 연극 대본 수정을 지시한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9월 성추행 의혹으로 경질된 윤창중 전 대변인 사건을 풍자한 연극을 연출했고, 국립극단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국립극단 사무국장이 A씨에게 전달한 봉투 안에 빨간 줄이 그어진 연극 대본이 있었다. A씨는 2022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본을 사전 검열한 후 (국립극단) 예술감독을 통해 내용을 수정하라고 지시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단독 최미영 판사는 16일 원고 승소 판단을 내리고 정부와 국립극단이 공동으로 A씨에게 25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했다. 보도에 따르면 재판부는 “정부는 연출가에게 결말을 수정하게 하고 정치적 풍자를 완화하도록 지도했다”며 “정부의 연극 대본 검열과 수정 요구는 헌법이 보장하는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건전한 비판을 담은 창작활동을 직접 제약한다. 법치주의 국가의 예술에 대한 중립성에 관한 문화예술계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 블랙리스트 논란 영진위, 재발 우려 나오는 이유
  • 한강 노벨상 수상에 재조명된 블랙리스트, KBS와 조중동 ‘외면’
  • 쏟아진 한강 블랙리스트 보도…“개인적 서사로 소비해 아쉬워”
  • ‘K-블랙리스트’ 전성시대 

재판부는 2013년 9월 문체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국립극단 기획공연 관련 현안 보고’ 문서를 판결 근거로 삼았다. 당시 문체부는 국립극단의 정치풍자 연극에 대해 “연출가에게 결말을 수정하게 하고 과도한 정치적 풍자를 대폭 완화하도록 지도하는 등 조치했다”고 했으며, “향후 국립극단 작품에 편향된 정치적 소재는 배제토록 강력 조치할 것”이라면서 A씨 공연을 언급했다. 이는 2016년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밝혀졌다.

국립극단은 2018년 5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국립극단 사과문>을 내고 “여러 작품에 걸쳐 부당한 지시·외압·검열이 지속되었고, 국립극단은 이를 실행하는 큰 과오를 저질렀다”며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 다시는 국립극단에서 차별 및 배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