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 사람들의 의사소통은 크게 두 가지에 의해 이뤄진다. ‘언어적 의사소통(Verbal Communication, 말과 글을 사용하여 정보를 전달하고 받는 과정을 말함)’과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 말로 표현하지 않는 신체 언어 즉 표정, 제스처, 시선 처리, 신체 거리 유지 등을 말함)’으로 나눈다. ‘앨버트 메라비언’은 언어적인 요소가 45%, 비언어적인 요소는 55%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한 장의 사진은 비언어적인 요소로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지난 21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면담은 어렵게 이루어진 만큼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나는 이날 오후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윤·한 면담 사진을 본 순간, 대통령의 화난 듯 굳은 표정부터 눈에 확 들어왔다. 치켜올린 눈썹과 부릅뜬 눈은 마치 아랫사람을 꾸짖으며 혼낼 것처럼 고압적으로 보였다. 이내 손바닥으로 테이블 위를 탕탕 내려치기라도 할 것 같은 태도였다.

내 머릿속에 대통령의 ‘양팔 뻗은 자세’는 과거 윤석열 대선 후보 시절의 ‘쩍벌남 자세’와 오버랩되었다. 쩍벌 자세는 품격도 없을 뿐만 아니라 상대에게 무례한 태도다. 보디랭귀지 이론에서는 ‘다리와 팔을 쩍 벌리는 자세는 상대를 지배하고자 하는 심리를 표현하는 몸짓’이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몸짓은 평소 그의 단정하지 못한 옷차림새만큼이나 투박하고 거칠었다.

시종일관 고압적인 자세로 한동훈 대표와 면담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한 면담이 끝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배포한 사진과 회담 결과는 수많은 언론에서 일제히 기사화되었다. 사람들은 정작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나눈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은 듯했다. 다만 윤대통령의 비언어적 메시지 즉 그의 표정과 몸짓, 의전 및 회담 장소 등이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거셌다. 한국의 대표 보수 언론 기사에 달린 댓글조차 “당시 반부패수사부장이던 한동훈 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뭔가 보고를 하는 듯한 모습이다” “범죄자 취조하는 것 같은 자세다” “마치 교장 선생님이 학생을 훈시하는 듯한 느낌이다” 등으로 대통령의 태도를 질타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맞은편에 한동훈 대표와 나란히 앉은 정진석 비서실장

대통령이 한대표를 홀대하는 심리는 그의 표정과 제스처, 몸짓에서 나타난 것만이 아니었다. 면담 장소 또한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과 집권 여당 대표와 면담하는 자리로는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마치 동네 ‘스터디 카페’를 연상시키는 긴 테이블과 면접용 의자로 배치된 실내 분위기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실무적인 보고를 하는 느낌을 줬다. 대통령실에서는 한대표가 여전히 대통령을 보좌해야 하는 상하관계 존재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을까.

그리고 좌석 배치 또한 여당 대표를 대하는 의전 매너에 어긋났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통령 측의 배석자이기 때문에 대통령 쪽에 앉는 것이 좌석 매너에 맞는다. 그래서 윤·한 면담이 있기 전, 한 대표 측에서는 대통령실에 원탁 테이블이 있는 장소를 요청했지만 거절되었다고 한다. 결국 부당한 좌석 배치로 여당 대표의 서열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급이 되고 말았다. 대통령은 노골적으로 ‘한 대표 깎아내리기’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았다.

지난 4월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영수회담 전에 악수하는 윤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한편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할 때는 원탁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서 격에 맞는 의전을 했다. 위 사진에서와 같이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를 예우하는 모습이 제대로 된 의전이다. 한동훈 여당 대표와 이재명 야당 대표는 서열이 같은데도 두 대표를 대하는 대통령의 의전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대통령실에서 면담 전에 산책하며 대화하는 윤대통령과 한동훈 대표

윤대통령은 한 대표와 산책할 때도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대화함으로써 한 대표를 무시하는 심리를 여실히 드러냈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 자세는 검찰총장에게는 어울릴 수 있지만 품격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의 몸짓에는 맞지 않는다.

심지어 대통령은 면담 약속 시간에서 20분이나 지각하는 비매너를 보였다. “EU 사무총장과 전화하느라 늦었다”라며 궁색한 변명을 대었다. 을씨년스러운 바깥 날씨에도 여당 대표를 건물 밖에 세워두고 대통령을 맞이하게 한 것 또한 무례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이 끝나고 친윤 의원들과 만찬까지 했다나.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례함과 황당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윤·한 면담에서 대통령이 보여준 표정과 제스처, 몸짓 그리고 부적절한 처세는 결국 빈손 면담을 자초하고 말았다. 언어적 요소인 ‘카더라’는 간접적이라서 그 영향력이 미미할 수 있지만, 국민 개개인이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언어적 요소(윤·한 면담 사진)에 의한 파문이 어디까지 일어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정연아 이미지컨설턴트

이미지컨설턴트협회 회장, 칼럼니스트, 대통령 후보 및 정치인과 최고 경영자 등의 VIP이미지컨설팅을 했다. 저서로는 ‘성공하는 사람에겐 표정이 있다’ 외 총 8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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