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성x김형석 프로젝트 ‘그대, 다시’.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노느니특공대·뮤직앤아트컴퍼니]

“하모니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추억이 떠올라요.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하는 제 노래와 결이 비슷하죠.” 작곡가 김형석(58)이 자신의 히트곡으로 하모니카 연주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하모니스트 박종성(37)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한 이유다. 양념처럼만 소비되던 하모니카를 메인으로 내세운 것도 재밌어 보였다고 한다.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은 “언더그라운드가 오버그라운드가 되는 시도라 생각했다. 작업하면서도 힐링이 됐고 추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하모니카 전공자 박종성은 클래식 음악을 주로 해왔다. 그는 “어떤 장르에 속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좋아하는 음악을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사람이고 싶다”며 “이번 앨범 작업은 김형석 작곡가의 팬으로서 그의 히트곡을 연주해보고 싶은 마음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종성.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노느니특공대·뮤직앤아트컴퍼니]

12일 발매된 연주 앨범 ‘그대, 다시’의 타이틀곡은 변진섭 ‘그대 내게 다시’다. 앨범명도 이 노래에서 따왔다. 그 밖에 김광석 ‘사랑이라는 이유로’, 박용하 ‘처음 그날처럼’, 성시경·아이유 ‘그대네요’, 유미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엄정화 ‘하늘만 허락한 사랑’, 보보 ‘늦은 후회’, 신승훈 ‘아이 빌리브’, 김혜림 ‘날 위한 이별’, 나윤권 ‘나였으면’ 등 10곡이 담겼다. 4000곡 넘는 김형석 작품 가운데 10곡만 뽑는 건 어려웠다. 박종성이 선정했고 편곡했다.

김형석이 작곡한 노래들은 자주 리메이크됐다. 그는 자신의 노래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를 “시대는 변했지만, 인간이 가진 본성은 그대로다. 감성은 어느 시대나 통한다. 기술의 발달로 사운드는 많이 바뀌어 가겠지만, 감성은 앞으로도 그대로일 것”이라고 봤다.

김형석. [사진 리웨이뮤직앤미디어·노느니특공대·뮤직앤아트컴퍼니]

두 사람은 20년 넘는 나이 차에도 이번 작업을 하며 묘한 공감대를 경험했다. 박종성은 ‘그대 내게 다시’에서 첫사랑을, 김형석은 ‘사랑이라는 이유로’에서 작곡 당시의 연애사를 떠올렸다. ‘사랑이라는 이유로’의 피아노 연주를 직접 한 김형석은 “이 곡은 내가 두 번째로 작곡한 노래이자, 가사에 내 이야기가 들어 있다”며 “당시 좋아했던 친구도 생각나고, 작곡가로 데뷔하게 해준 김광석 형에 대한 고마움도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번 앨범은 김형석에게 과거뿐 아니라 미래도 그려보게 했다. 또 가요시장은 급변해도 가장 중요한 건 ‘본질’이라는 걸 새삼 깨닫게 한 작업이었다. 그는 “시대에 잘 적응하고 변화해야 하면서도 나를 잃지 말아야 한다. 나를 잃는 순간 다음도 없다”며 “좀 더 나이가 들면 힐링 음악을 할 것 같다. 이번 작업도 그 일종이라서 내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바랐다.

지난해 부친상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더 짙어졌다. 김형석은 자신을 지금과 같은 작곡가로 만들 게 “음악 선생님 아버지와 피아노를 전공한 어머니”라고 말했다. “나이 육십이 가까워지니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계산하게 됩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책임감이 더 늘었죠.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합니다. 다음 행선지가 있기에 지금을 잘 준비하고 싶습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