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불과 서울과 한 시간 거리면서 북한과 접해있고, DMZ를 품고 있는 접경 도시인 경기도 파주시. 과거에는 농촌, 군사도시라는 이미지가 있었지만 2000년대 신도시 개발 이후, 경기 북부 최대 산업도시로서 성장의 발판을 키워나가고 있다.
문화, 예술이 꽃처럼 아름답게 피어나고, 임진강, 감악산 등 빼어난 자연경관과 때 묻지 않은 청정지역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파주는 수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나들이 명소로 손꼽히고 있다.
전쟁의 큰 아픔이 있던 동네에서 봄처럼 따스한 평화가 움트고 있는 동네, 경기도 파주시로 동네한바퀴 267번째 여정을 떠난다.
▶ 황포돛배를 타고 이야기가 담긴 임진강을 즐기다
봄비를 맞으며, 겨우내 움츠렸던 기지개를 켜고 있는 파주로 나온 동네지기 이만기. 분단 이후 50년간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었다가, 20년 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된 임진강. 황포돛배에 올라 시선을 옮기다 보면 가깝지만, 가볼 수 없는 북한 땅을 마주한다. 거북바위, 임진적벽등 임진 8경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듣고, 풍경을 감상하며 동네한바퀴 파주시 편을 잔잔하게 열어본다.
▶ 전통간식 개성주악에 인생을 건 젊은 부부
갈현리 시골 마을을 걷다, ‘작은 갤러리’를 발견한다. 노년의 꿈과 열정이 담긴 작지만, 알찬 갤러리란다. 조금 더 동네를 구경하러 발걸음을 옮기는 이만기. 캠핑장 같은 마당에서 신기하고 예쁜 디저트를 먹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디저트의 정체는 개성주악! 정월이나 잔칫날에 먹었던 개성의 향토 떡 우메기에 과일과 견과류 등을 올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주인공은 박선형(31세), 류형곤(42세) 부부. 아이들에게 쌀로 만든 디저트를 먹이고 싶었던 아내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그런 아내를 든든히 믿어주는 남편의 추진력이 더해진 결과물이란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는데, 젊은 부부가 전셋집까지 빼서 파주 시골 마을에 카페를 열게 된 사연이 궁금하다.
쿵짝이 잘 맞는 젊은 부부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가득 담긴 개성주악의 맛은 어떨지, 먹기엔 너무 아까운 개성주악 한입 넣고, 젊은 부부의 당찬 목표를 들어본다.
▶ 장단콩을 환으로 즐긴다? 감악산 밑에서 장단콩환 만드는 가족
감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진 객현리. 100년은 되었음 직한 느티나무가 있는 집에 휩싸인 연기를 따라 들어간 이만기. 콩을 고르고 삶고 있는 정윤자(68세), 이형근(70세) 부부를 만난다. 작고 까만~ 콩이 무엇인고 물어보니 쥐눈이콩, 파주 장단콩이란다. 파주에서 나는 콩을 일컬어 장단콩이라고 부른단다.
이 마을에서 14대째 살고 있다는 이형근 씨는 아내와 함께 직접 재배한 쥐눈이콩으로 청국장을 띄워, 환으로 만들고 있다. 인삼 농사를 짓다 20년 전 콩농사로 전환했다는데, 개성에서 시집온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간편하고 건강하게 장단콩환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고.
고향이 그리운 95세 시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청국장, 그 손맛을 전수받은 며느리, 그리고, 5년 전부터는 손자 이민영(34세) 씨도 합류했다고, 젊은 민영 씨가 할머니의 손맛을 이어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뭘까?
▶ 전통과 문화를 실어 나르는 전통가마를 복원하다
마장호수 인근에 있는 마을 길을 걷다 오래되어 보이는 가마를 발견한다. 딱 봐도 몇백 년 전의 가마 같은데 왜 이곳에 가마가 있는 걸까?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보는 이만기. 가마 작업을 하고 있던 이강연(73세) 씨를 만난다. 고가구 수리와 복원을 하다 1988년도부터 가마의 매력에 푹 빠져 현재까지 전통 가마 복원은 유일하다는데, 천하장사시절 가마를 직접 타보기도 했던 동네지기인만큼 다양한 가마와 이야기에 관심을 보이는 이만기. 그런데, 이강연 씨와 엄청난 인연이 있다고?
골동품 가게를 운영할 때부터 문양을 좋아해서 따로 자료까지 모을 정도였다는 이강연 씨. 전통 문양들과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들어가는 전통가마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단다. 화성행궁부터 단종의 신연까지 모두 그의 손에서 복원이 됐다고.
36년 세월, 그간의 수고와 열정, 고단함이 묻어나 있는 손. 요즘도 가마를 주문하고 따로 제작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여전히 손을 못 놓고 가마 재현 작업에 힘쓰고 있다는 이강연 씨가 복원한 가마들을 구경하며, 그 안에 담긴 열정과 전통을 잇고자 하는 마음을 느껴본다.
▶ 우동에 국물이 없다면? 공대 출신이 만드는 국물 없는 우동 한 사발
볼거리, 먹을거리 많은 파주시. 유럽 느낌이 물씬 나는 프로방스 마을을 여유롭게 구경해본다. 주변 동네 길을 걷다 병아리같이 귀여운 아이들이 의자에 앉아 인형 놀이 하는 모습을 보게 된 이만기. 가던 길도 멈추고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더니, 아빠가 우동 가게를 한단다. 마침 출출했던 차에 아이들과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가 만난 송우현(44세) 사장. 그런데, 우동에 국물이 없다?! 이건, 앙금 없는 찐빵 아닌가? 놀란 이만기는 아이들과 함께 우동을 먹어보는데... 상상하기 어려운 그 맛을 본 이만기의 반응은?
우동의 핵심은 면발! 12년째 파주에서 우동집을 운영하는 송우현 씨는 공대 출신. 끈질김을 살려 반죽의 방법과 삶는 시간 하나까지 실험하고 재고를 반복했단다. 그리고, 탄생한 신의 한 수 면발. 그 비결은 발과 시간에 달렸던 것, 덕분에 의도하지(?) 않았는데 살이 15kg이나 빠졌다고. 공대 출신답게 우동 하나라도 계산적으로, 과학적으로(?) 만든다는 송우현 씨의 바람과 자신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아내를 향한 애정의 메시지를 들어본다.
▶ 몸에 좋은 인삼을 통째로 즐길 수 있다?! 새싹쌈 키우는 초보 농부
법원읍에 있는 한적한 시골길을 걷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무언가를 포장하고 있는 모자(母子)를 발견한다. 뿌리부터 잎까지 통째로 즐기는 새싹삼을 재배하고 있다는 4년 차 초보 농부인 이인영(41세) 씨와 이야기를 나눈다.
삼이면 삼이지 새싹삼이라고?! 새싹삼은 한 달 동안 재배해서 수확하기 때문에 빠르게 즐길 수 있으면서, 뿌리부터 잎까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통째로 먹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서울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다 코로나 이후 사업이 불안정해지면서 직접 생산까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게 새싹삼 재배였다는 이인영 씨.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고, 농사 관련 지식도 없었기에 3년간 버린 삼 가격만 억 단위라는데? 묵묵히 자신을 믿고 옆에서 도와주며 응원해 준 가족들이 있어 실패하고 경험하는 과정들이 의미 있었단다. 그저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가족들의 따뜻한 속마음을 들어본다.
▶ 도토리닭볶음탕에 담긴 묵처럼 진한 노부부의 인생사
등산객과 관광객들이 몰리며 음식 골목이 형성된 심학산 아래 작은 시골 마을 길을 걷다 큰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경운기를 마주한 이만기. 무를 가득 실은 경운기를 운전하는 김현득(87세) 어르신께 말을 걸던 이만기가 갑자기 뛰기 시작한 이유는? 김현득 어르신을 따라가 보니 한 식당 마당에서 일을 하며 남편을 기다리던 정영자(79세) 씨를 만난다.
묵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영자 씨를 도와 열심히 무를 내리는 동네지기 이만기. 집안일에는 신경을 못 쓰던 남편 대신 자식들 교육비를 마련하고, 가정을 위해 시작했던 구멍가게가 현재는 손님들이 즐비한 식당이 되었단다. 직접 쑨 도토리묵이 들어간 메뉴가 인기가 많아, 현재는 닭볶음탕에도 도토리묵을 넣어 손님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이색적인 맛을 보여주고 있다고.
김현덕 어르신이 아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농사일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젊은 시절부터 고생을 많이 한 아내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는데. 투닥투닥 할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는 두 사람뿐. 맛깔스러운 도토리 한 상을 맛보며 묵처럼 진한 노부부의 인생사를 들어본다.
청정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가지고, 때 묻지 않은 꿈과 희망을 일구며 살아가는 파주 이웃들의 이야기는 4월 20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67회 평온하다. 북쪽 끝 동네 – 경기도 파주시] 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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