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 꺼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 복도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대학인 '지성의 전당'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UBA)의 복도에 불이 꺼졌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이 연 288%를 기록한 가운데 하비에르 밀레이 정부가 급격한 긴축 정책을 이유로 예산을 동결하자, 이 대학은 전기세를 낼 수 없어 강의실을 제외한 구역을 소등했습니다.

UBA 의대는 총 17층으로 된 건물인데 승강기 사용도 제한했으며, UBA 의대가 운영하는 부속 국립병원의 수술도 40%로 대폭 축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UAB뿐만이 아니라, 아르헨티나 전역의 모든 국립대가 현재 같은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UBA가 가장 규모가 크고 상징적이기 때문에 현지 언론은 UBA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UBA 리카르도 겔피 총장은 라디오 미트레와의 인터뷰에서 "예산이 없으면 올해 대학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고 말해 시민들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는 연간 물가상승률이 250%가 넘는데 정부는 국립대 예산을 작년과 같이 동결시켰으며, 이는 실제로 예산이 70%나 삭감된 것과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겔피 총장은 "정부는 70%의 국립대 예산 인상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현재 예산으로는 5월 말까지만 운영이 가능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각 국립대의 불 꺼진 복도가 보도되자, 그렇지 않아도 고공행진 하는 물가로 고통을 받는 시민들의 불만은 고조됐습니다.

한 시민은 방송에서 "밀레이 정부는 중산층의 최후의 보루인 국립대마저 없애려고 한다"며 격분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립대는 학비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국립대는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는 계단이라는 인식이 큽니다.

나아가 대부분의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국립대 출신인데다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3명의 의학·화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들도 국립대 출신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국립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장 보수적이라고 알려진 UBA 법대에서는 법대 교수들이 정부의 국립대 예산 긴축 정책에 반대해 법대 앞 계단에서 여러 차례 열린 강의를 개최했으며, UBA 의대에서는 교수진이 학생들과 같이 대학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사회관계망 엑스(X, 전 트위터)에서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국립대 무상교육으로 집안에서 처음 대학을 졸업한 의사, 변호사, 교사 등의 개인 경험담이 수백 개가 올라오면서 국립대 무상 교육을 지켜내야 한다며 대학생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습니다.

오는 23일(현지시간) 공교육과 국립대 무상교육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 대규모 시위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수십 년 만에 노조도 같이 참여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번 시위는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국립대 교수, 재학생, 졸업생 등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가장 강력한 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밀레이 대통령은 시위 전날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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