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서울 한남동 문화원장의 벽은 콜로세움에서 모티브를 따온 친환경 설치물로 장식되어 있다. 김경록 기자

올해 65세인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 문화원장의 꿈은 90세에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취미 마라토너인 마그리 문화원장은 지난해에도 풀코스를 완주했다. 주말이면 85세 어머니와 함께 가벼운 달리기를 한다는 그는 지난 9일 중앙일보와 만나 "안 된다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어떤 상황이라도 방법이 있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마그리 원장 특유의 뚝심은 외교가에서도 유명하다.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교류를 적극적으로 진행해온 덕이다. 올해는 양국 수교 140주년. 마그리 문화원장이 준비해온 기념 문화 행사의 첫 스타트를 끊는 건, 발레 작품이다. 오는 27일 하남문화예술회관 무대에 오르는 발레 '돈키호테' 이야기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인 발레 '돈키호테' 포스터. 윤별(왼쪽), 박소연 무용수 등이 무대를 빛낸다. 사진 제공 M발레단

중앙일보의 주한 외교사절 인터뷰 시리즈인 '시크릿 대사관' 시즌3를 위해, 마그리 원장은 취재진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문화원으로 초대했다. 문화원 내부는 작은 로마다. 친환경 골판지 소재로 만든 로마 콜로세움 모형은 책장으로도, 벽걸이로도 기능한다. 이탈리아 특유의 문화적 감각이 오롯이 살아있는 이곳엔 마그리 문화원장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는 "한국과 이탈리아는 똑 닮았다"며 "한국은 아시아의 이탈리아, 이탈리아는 유럽의 한국이 아닐까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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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교 140주년 계획은.  
"양국은 많은 점을 공유하는 국가이며, 그 가교가 문화다. 올해는 더 특별한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다. 이탈리아라고 하면 떠오르는 패션이나 파스타ㆍ와인ㆍ오페라 말고 다른 것. 일명 '3F'라고 일컬어지는 패션(fashion), 요리(food), 가구(furniture) 등으로 대표되는 생활용품 이외의 이탈리아의 문화를 소개하고 싶었다. 그래서 택한 게, 발레다."  
발레의 발원지가 이탈리아라는 점은 덜 알려져 있긴 하다.  
"맞다. 발레는 춤 이전에 왕족과 귀족들이 품위를 위해 배우던 특정 몸짓과 동작에서 시작했는데, 이를 이탈리아에서 프랑스로 시집을 간 (카트린 드 메디치) 여성이 본격 전파했다. 이런 발레를 꼭 수교 140주년 무대에 소개하고 싶었고, 한국인과 이탈리아인 무용수가 함께 주역을 맡을 수 있도록 추진했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오른쪽)과 양영은 M발레단 단장. 가운데 놓인 건 이탈리아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김경록 기자

M발레단(대표 문병남)을 파트너로 택했는데.  
"내실이 있고 무용수들이 진취적이다.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초빙한 현대 무용가와의 협업에서 그들이 보여준 열정을 보고 꼭 다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규모가 아주 큰 단체가 아니더라도 이런 기량을 갖췄다는 게 한국 문화의 힘이기도 하다."  

인터뷰에 함께한 M발레단 양영은 단장은 "민간 발레단으로서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함께 할 수 있어서 뜻깊다"며 "어려운 고비가 많았지만 한밤중에도 마그리 원장은 전화로 계속 협의하면서 포기를 하지 않더라"고 전했다.

프란체스코 무라 파리오페라발레단 프르미에르 당쇠르(제1 무용수)는 27일 오후 7시30분 한국 유니버설발레단을 갓 퇴단한 손유희 전 수석무용수와 호흡을 맞춘다. 같은 날 오후 3시엔 윤별ㆍ박소연 무용수가 주역을 맡는다.

한국과 이탈리아 수교 140주년 기념 공연인 발레 '돈키호테'에 출연하는 이탈리아 무용수, 프란체스코 무라. 현재 활동 중인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공식 사진이다.

'돈키호테' 이후 계획은.  
"7월에 새로운 장르의 무용 공연을 준비 중인데, 수교 기념하는 의미에서 고궁과 한복을 활용하려 한다. 문화엔 국경이 없다. 140주년을 계기로 양국이 공유하는 문화에의 사랑을 더 공고히 하고 싶다."  

마그리 문화원장은 이탈리아 문화 외교의 최전방에서 일해왔다. 한국 이전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6년을 일했다. 한 국가에서 6년을 근무하는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그의 능력이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그에게 문화외교 철학을 물었다. 그는 "나의 멘토인 여성 외교관 선배가 했던 말 'non arrenderti mai' 즉 '절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라 답했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이탈리아문화원장. 김경록 기자

그는 이어 "외교뿐 아니라 삶의 모든 현장에선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의욕을 스스로 꺾지 않는 한,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투지에서도 한국과 이탈리아는 닮았다"며 "전쟁과 분단을 극복해낸 양국의 미래에도 기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85세 된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다. 어머니의 서울 생활 만족도는 꽤 높다고 한다. 그는 "가족과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 역시 한국과 이탈리아는 닮았다"며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양국도 함께 오래 멀리 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마그리 문화원장이 좋아하는 서울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문득 궁금했다. 한국인이 김치에 까다로운 것처럼 이탈리아 역시 파스타에 까다롭다. 마그리 문화원장은 외교력을 발휘해 이런 답을 내놨다. "서울 최고의 이탈리아 레스토랑? 물론 있다. 우리 집(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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