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러시아 모스크바 콘서트장 테러 발생 전 이슬람국가(IS)의 공격 가능성을 러시아 정부에 알렸다고 밝혔다. 대형 테러를 막지 못해 곤경에 빠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더 곤란하게 만드는 설명이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달 7일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를 비롯해 큰 규모의 모임을 표적으로 삼는 임박한 공격 계획을 세웠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앞으로 48시간 동안 큰 규모의 모임 참석을 피하라”는 경고문을 러시아 거주 미국인들에게 보냈다.

에이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당시 미국 정부가 “경고의 의무 정책”에 따라 러시아 당국과 이런 정보를 공유했다고 22일 밝혔다. ‘경고의 의무’는 미국 정보기관들은 테러 등 중대한 위협에 관한 정보는 적성국일지라도 제공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이슬람국가가 러시아 안에서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는 정보가 꾸준히 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관리들이 러시아 관리들에게 미국대사관의 경고 이상으로 구체적 정보를 제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9일 미국대사관의 경고에 대해 “노골적 협박이고, 우리 사회를 위협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 쪽이 미국의 경고에 무게를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발언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도 최근 이슬람국가의 러시아 내에서의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계심을 나타낸 바 있고, 러시아 당국은 3월 들어서도 이슬람국가 등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음모를 적발하거나 그 간부를 체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하면 미국이 이슬람국가의 테러 시기나 장소 등 매우 구체적인 정보까지 파악해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외국 정부의 경고까지 있었는데도 대형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 정부는 테러 발생 뒤 하루가 지나 공식 성명을 통해 비난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23일 성명을 내어 “미국은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극악한 테러를 강하게 규탄한다”며 “이슬람국가는 어디서든 격퇴해야 하는 공동의 테러리스트들”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성명에서 “우리는 모든 형태의 테러를 규탄하며, 끔찍한 사건이 앗아간 목숨들을 애도하는 러시아인들과 연대한다”고 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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