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24 회계연도가 반이 지나가는 상황에서 의회의 세출 법안 가결로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위기를 벗어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3일 1조2천억달러(약 1615조원) 규모의 2024 회계연도 잔여 예산 법안에 서명했다. 전날 하원이 찬성 286표 대 반대 134표, 이날 아침 상원은 74-24표로 법안을 통과시켰다.

앞서 미국 의회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2024 회계연도 예산 법안을 놓고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상당한 규모의 지출 축소를 요구해 계속 대치해왔다. 이에 따라 임시 예산 법안을 잇따라 만들어 셧다운을 피해온 의회는 보훈과 농업 등 일부 예산 법안은 먼저 통과시켜놓고 국방, 국토 안보, 국무부 등의 예산을 놓고 대립하다가 막판 타결에 이르렀다. 미국 행정부는 애초 22일 자정에 셧다운에 들어가는 것을 준비했으나 상원에서도 법안 통과가 예상되자 준비를 중단했다.

긴 줄다리기 끝에 예산이 확정됐지만 공화당 의원들이 다수 반대하면서 공화당의 내분 양상이 재발했다.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반대가 112표로 찬성(101표)보다 많았다. 법안 마련에 중요한 역할을 한 공화당의 케이 그레인저 하원 세출위원장은 표결 직후 위원장직 사퇴를 발표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이자 초강경파로 불리는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표결 도중 같은 당 소속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출했다. 그린 의원은 의원들이 2주간 휴회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해임안을 표결에 부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새 하원의장 선출 과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9월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본예산안 합의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결국 해임당했을 때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같은 공화당 소속인 맷 게이츠 의원이 ‘충분히 강경하지 않다’는 이유로 하원의장 해임안을 발의했고, 표결에 참여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고 공화당에서도 여기에 8명이 가담해 해임안이 가결됐다.

존슨 의장은 켄 벅 의원이 22일 사퇴해 공화당과 민주당 의석이 각각 218석과 213석으로 차이가 줄고, 마이크 갤러거 의원도 다음달 19일에 사퇴하겠다는 계획을 같은 날 밝히면서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이론적으로는 공화당 의원 3명만 민주당 쪽에 가담해도 존슨 의장 해임이 가능하다.

당내 비판에 대해 존슨 의장은 이번 법안은 “정부가 분열된 상태에서 도출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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