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AP 연합뉴스 자료 사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8일(현지시간) 대(對) 중국 견제를 통상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규정하고 연내 중국에 대한 투자 규제 규정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하원 세입소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우리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중국을) 압도해야 한다”며 “중국이 첨단 기술을 확보하지 않도록 우리가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지속해 주시하는 것은 상업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지만 군사적으로도 쓸 수 있는 이중 용도 기술들”이라며 “미국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상업 기술 가운데 중국이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군사 기술 개발을 위해 접근하고자 하는 것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은 또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규제와 관련해 “수입 금지를 포함한 극단적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커넥티드 차량에 중국 등 우려국가의 기술을 쓸 경우 차량 해킹이나 데이터 유출 위험이 있다면서 상무부에 조사를 지시한 바 있다.

미국이 중국 기술이 활용된 커넥티드 차량을 규제할 경우 한국 자동차 업계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AI) 및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무인로보택시 등 한국 자동차 업계의 SDV(소프트웨어중심차량) 전환 속도가 미국이나 중국 등에 비해 뒤처져 있다는 평가는 나오는 상황이다.

제 21회 자동차의 날인 9일 JW 메리어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협회(회장 강남훈) 주최로 열린 기념 콘퍼런스에서도 참석자들은 수북이 쌓인 난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황을 점검하고 미래 전략과 함께 해법을 모색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의 90% 이상이 미국, 중국, 유럽 등 3대 시장에 집중돼 있다” “세계 3위 완성차 제조 기업(현대차그룹)을 보유하고 있지만 부품 분야로 시선을 돌리면 글로벌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현대모비스(6위)가 유일” “매출 100억원 미만 기업이 83%에 이를 정도로 국내 부품 기업은 영세한 중소기업이 대부분” “전기차를 지나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대세를 이룰 자율주행 관련 부품의 국산화율은 40% 수준” “해외 전문업체의 경쟁력 평가에서 국내 SDV 자동차의 경쟁력은 중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잇달아 언급된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다. 자동차 분야는 전동화, SDV화, 스마트화 등 기술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향후 10년 이내에 엄청난 산업 생태계 변화가 예상되지만 현실은 각종 장애물에 가로막혀 있는 셈이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생산기술, 연구개발, 설계 관련 인력 확보 수준은 더 열악하다. SDV 상용화에 필요한 차량용 소프트웨어 전문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마저 기계, 조립 등 기능교육 중심이어서 현장에선 우수 인력 채용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토론자로 나선 자동차융합기술원 이항구 원장은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전문인력 구인난은 심각하다”며 “소수의 젊은 전문인력들이 수도권의 대기업으로 이동하면서 인력 쟁탈전이 격해지는 데다 임금이 치솟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미래 차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꼴을 당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자동차 기업들도 자기 기술 자랑만 할 게 아니라 IT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필요하면 외국 기업들과도 손을 잡는 현지화 전략으로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대학교 정구민 교수는 “SDV 경쟁에서 뒤처지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며 “SDV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ICT-소프트웨어-완성차 업체 간 기술 융합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양진수 상무는 “세계자동차 산업에서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 위협적인 혁신 속도, 과감한 해외 진출 등으로 무장한 중국업체와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면서도 “미래 차 산업에 필요한 반도체, 배터리, AI 등에서 비교적 높은 기술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강점을 잘 활용해 차별화를 도모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강남훈)와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KAICA 이사장 이택성)이 공동 주최하는 제21회 자동차의 날 기념행사가 9일 오후 JW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유공자, 자동차산업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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