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오는 5월 20일이 임기 만료인 가운데 최근 계엄령을 연장하면서 대선도 자동으로 연기됐으나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 권한을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는 것.

여기에 국가경비대원이 러시아와 내통해 젤렌스키 암살을 시도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미국은 젤렌스키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다.

현재 전황도 우크라이나에게 불리하다. 특히,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바이든의 재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도 결국에는 푸틴에게 유리한 요소라는 분석이다.

계엄령 연장으로 대선도 연기… 젤렌스키 임기 논쟁

젤렌스키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각) 계엄령을 8월까지 3개월 더 연장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24일 계엄령과 총동원령을 선포한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를 계속 연장해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계엄령 중 선거도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이달 20일 종료되지만 대선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내에서 대통령 임기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현행 헌법상 계엄령 하에서 의원 임기가 연장된다는 명시적 규정이 있지만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와 현지 일간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임기가 불확실해진 가운데 러시아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한 선전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비판론자 사이에서 헌법과 계엄령이 법적으로 충돌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최고법인 헌법에 관련 근거가 없는 이상 계엄령을 이유로 대선을 연기해서는 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소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 중 하나인 드미트로 라줌코우 의회(라다) 의원은 최근 "젤렌스키의 임기는 올해 봄으로 만료되며 이후에는 권한을 라다 의장에게 이양해야만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도 젤렌스키 정권 비판에 이같은 논리를 이용한다.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월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해 "5월 21일 넘어서까지 대선을 치르지 않기로 한 그의 결정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스타니슬라우 셰우추크는 "헌법은 계엄 기간 모든 선거를 금하고 있으며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통일된 과정"이라며 "대선에도 이 접근법을 적용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계엄령으로 대통령 임기 또한 연장되는 것이 헌법에 내포됐다는 것이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일부 비판론자는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점을 들어 정통성이 문제될 것이라고 하지만 지난 2월 여론조사 때 지지율은 63%로 여전히 높다"고 전했다.

우크라 국가경비대원이 젤렌스키 암살 가담.. 푸틴 취임 선물?

러 "미, 젤렌스키 후임자 물색" 주장

최근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국가경비대원을 포섭해 젤렌스키를 암살하려고 한 사실도 드러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앞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은 7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 행렬을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려던 러시아의 암살 시도를 막았다고 발표했다.

SBU는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문자 메시지와 사진, 체포한 용의자 1명의 인터뷰 내용, 도청자료 등을 공개하며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내통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부 고위 관리 2명을 체포했다고 말했다.

또한, 체포된 국가경비대원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으로부터 대통령 등의 위치 정보 제공 대가로 5만달러 이상을 받기로 했었다며 이번 암살 공작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 취임 선물이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해 인터뷰에서 적어도 5차례에 걸쳐 러시아가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지난해 여름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치를 러시아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우크라이나 여성을 체포했다.

올해 봄에는 러시아의 젤렌스키 대통령 암살 음모에 가담한 폴란드 남성인 '파벨 K'가 폴란드 검찰에 검거됐다.

한편 SBU는 개전 이후 군사 목표물의 좌표를 전달하거나 주요 인사의 동선을 파악해 보고하는 등의 반역 활동을 한 2천여명을 색출해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후임자를 물색하고 있다는 주장이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으로부터 나와 진위에 관심이 모아진다.

SVR은 6일 성명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20일 임기가 만료되면 정당성을 잃을 것"이라며 미국이 대체자 물색에 나섰다고 밝혔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위해 페트로 포로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비서실장, 발레리 잘루즈니 전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주영국 대사) 등과 접촉하고 있다고 SVR은 밝혔다.

SVR의 발표 이후 브리핑에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러시아가 어떤 후보와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아직 이야기하기 이른 문제"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우크라 동부서 러 우위 인정.. FT "가자전쟁 길어질수록 푸틴만 이득 봐"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전황도 불리한 상황이다. 젤렌스키도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9일 AP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전쟁 발발 뒤로 서방 보급품의 유입이 줄어들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탄약과 병력 부족을 이용해 동·북부에 대규모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전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은 동부 지역에서 전선 일부를 따라 러시아의 강력한 공세를 막기 위해 싸우고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새로운 미국의 대규모 지원이 다가오고 있다. 이는 전세를 뒤집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기 공급이 늘어나면 동부에서 러시아군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이들이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병력은 러시아군과 비교해 보병 병력, 기갑 부대, 탄약 등에서 수적으로 열세에 몰려 있다는 평가다. 최근 도네츠크주 포크로우스크에 여단을 배치해 러시아의 진격을 저지했지만 이제 러시아군과 대치하는 거리가 과거와 비교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장기화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자지구 전쟁은 푸틴 대통령에게 끝없는 선물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 전쟁은 엄청난 부담이다"라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피해가 불어날수록 민주당 지지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이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러시아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올라가 최후의 승자는 푸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FT의 진단이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러시아는 그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점을 이용해 공세를 확대하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조건에 강제 항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FT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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