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로의 진격 방침을 고수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가’를 경고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24일 방영된 에이비시(A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러 번 대화 및 모든 다른 방법을 동원해 라파흐에서의 대규모 작전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왔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쪽에서 밀려 내려온 피란민들을 비롯해 140만명이 몰려 있는 라파흐로 진격하면 대규모 인명 살상이 불가피하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도를 보니까 사람들이 피할 곳이 없더라”고 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라파흐로 진격한다면 대가가 따를 것이냐’는 질문에 “무엇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진격을 실행하면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또 “우리는 너무 많은 팔레스타인인이 살해당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인들, 팔레스타인인들은 동등한 수준의 안전과 존엄을 누려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했다.

이런 발언은 조 바이든 대통령,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이 라파흐 진격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힌 데 이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레드라인(금지선)이라고 제시한 라파흐 진격을 단념시키기 위한 막바지 노력으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22일 이스라엘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뒤 라파흐 진격은 “더 많은 민간인을 살해하면서 인도적 지원에 큰 장애를 초래”하고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을 심화하고 장기적 안보와 입지를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흐로 진입하지 않으면 하마스의 잔여 세력을 소탕하지 못한다며 “미국이 지원해주기를 바라지만, 그래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우리는 홀로 작전을 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 사망자 규모가 커지자 네타냐후 정부와 거리 두기를 하며 공격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선거를 통한 네타냐후 총리의 교체를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격에 사용하는 포탄을 계속 판매하고, 군사원조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이중적이고 모순된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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