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격퇴를 명분으로 이라크에 군을 주둔 중인 미국이 “이슬람국가는 모든 곳에서 공공의 적”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를 미군 이라크 주둔 명분으로도 활용하는 모습이다.

24일 알리나 로마노프스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는 바그다드에서 한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에게 이슬람국가가 모든 곳에서 반드시 물리쳐야 하는 공공의 테러리스트임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로마노프스키 대사는 이슬람국가가 여전히 이라크에 위협을 가하고 있으며,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이 단체를 완전히 격퇴하기 위해 이라크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협이 훨씬 줄었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임무는 본질적으로 끝나지 않았다”면서 “이라크군이 이슬람국가를 지속적으로 격퇴하도록 (미국이)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로마노프스키 대사의 인터뷰는 지난 22일 밤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벌어진 테러로 최소 137명이 숨진 지 이틀만에 이뤄졌다. 이슬람국가 분파로 아프가니스탄에 거점을 둔 ‘이슬람국가 호라산’은 이 사건 직후 텔레그램에 “우리가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슬람국가 호라산은 2021년 8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때 카불 공항에서 폭탄테러를 저질러, 미군 13명 등을 숨지게 했다. 지난 1월3일 솔레이마니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추모식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도 이들의 소행으로 보인다. 지난주 아프간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저질러 최소 3명이 숨졌다.

이라크에서는 최근 미군 철수가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발발 뒤 이라크 내 친이란계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에 반발해 이라크 내 미군 시설을 60회 이상 공격했다. 이라크 정부는 미국에 대한 이라크 내 여론이 크게 나빠진 데다 자국 내에서 국제전 성격의 무력 충돌이 계속되자, 미군 철수를 공식 요청했다.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뒤 2011년 병력을 철수했다. 그런데 이후 이슬람국가가 시리아와 이라크 일부를 점령하고 국가를 자처하는 수준까지 이르자 2014년 80여개국과 국제연합군을 만들어 이라크에 다시 들어왔다. 이슬람국가는 2017년 이라크와 시리아 점령지를 모두 잃었으나, 미군 2500여명은 지금도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다.

모하메드 시아 알수다니 이라크 총리는 지난 1월 “미 연합군이 이라크에 주둔할 명분이 없다”며 “이슬람국가가 더이상 이라크에 위협되지 않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그는 “이라크군이 남은 이슬람국가 세력과 맞설 수 있다”며 “우리는 주권 국가”라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도 지난 1월25일 이라크에서 철군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나, 미국은 모스크바 테러를 계기로 이슬람국가 위협을 다시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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