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앙카라에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대원 1000여 명이 튀르키예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고 공개석상에서 주장했다. 그의 참모는 주장을 부인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튀르키예가 이스라엘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전쟁에 직접적으로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튀르키예 앙카라를 방문한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초타키스 총리가 하마스를 “테러조직”이라고 지칭하자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며 “1000명 이상의 하마스 대원이 우리나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에르도안 대통령은 “하마스는 1947년부터 토지를 점유해 온 저항 조직” “하마스는 자신의 땅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라며 줄곧 하마스를 두둔했다.

그러자 미초타키스 총리는 “서로의 견해차를 인정하자”며 “모든 사안에 동의할 수는 없으나 폭력 종식과 장기적 휴전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고 답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하마스를 보호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튀르키예 당국자들은 수습에 나섰다. 익명의 튀르키예 관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수한 것”이라며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지구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뜻”이라고 로이터통신에 해명했다.

실제로 튀르키예 당국은 지난해 11월 가자지구 부상자와 암 환자 등 수십 명을 이집트를 통해 자국으로 대피시켰다. 이 과정에서 파레틴 코카 튀르키예 보건부 장관이 직접 이집트를 찾기도 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해프닝’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튀르키예 정부와 이스라엘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중동 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으로 남아있다. 에르도안 정권은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지지 기반인 친이슬람계를 의식해 반이스라엘, 친 하마스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양국의 갈등은 더욱 심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겨냥해 “히틀러가 했던 일과 다름없다”고 발언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쿠르드족에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신에게 반대 목소리를 낸 언론인을 투옥한 에르도안이 우리에게 도덕을 설교한다”며 맞받아쳤다.

이어 튀르키예 국가정보부는 지난 1월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소속으로 의심되는 33명을 자국에서 체포했다. 지난 2일에는 튀르키예 무역부가 이스라엘과의 교역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튀르키예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하마스를 도왔다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로 밝혀지면 양국 갈등은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난 12일 가자지구 하마스 거점 150곳을 겨냥해 전투기로 공습을 가하며 하마스 소탕에 열을 올렸다. 미국도 가자지구 라파 지상전을 말리기 위해 하마스 지도부 은신처 위치 정보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등 이스라엘에 ‘하마스 표적’ 공격을 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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