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염두에 두고 주일미군 사령부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군과 자위대의 일체화를 가속화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이후 최대 규모 양국 안보 동맹 업그레이드라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4일(현지시각) 미·일 군사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일본이 중국발 위기에 맞서기 위해 1960년 미-일 안보조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안보 동맹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며 “양국 간 작전 계획과 훈련을 강화하기 위해 주일 미군 사령부를 재구성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1960년 미-일 안보조약을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가 총리로 재직 때 맺은 조약으로 미-일 동맹의 근거가 되는 조약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다음달 10일 미국 백악관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관련 계획을 공동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은 그동안 도쿄 요코타 기지에 있는 주일미군 사령부 권한이 자위대와 미군 연합 훈련 감독 등에 한정되어 있어, 전쟁 등 유사시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요코스카 미군 7함대, 오키나와 미군 해병대 등 같은 핵심 주일미군 전력의 지휘권은 도쿄에서 6200㎞ 떨어진 하와이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에 있어, 대만 유사 사태(전쟁) 등과 같은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 때 자위대와 미군 사이 실시간 협의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주일미군사령부의 최고위직인 3성 장군에게 더 큰 작전 권한을 부여하거나, 4성 장군을 배치해줄 것을 오랜 기간 요청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미·일 연합군사령부를 만들어 미 태평양 함대에 소속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전했다. 이렇게 되면 권한이 훨씬 큰 미군 4성 장군이 일본과 더 많은 접촉을 할 수 있다.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꾸린 연합군사령부처럼 즉시 대응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토퍼 존스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분석가는 “사령부를 부분적으로라도 공동 배치하면 미·일 동맹은 더 신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지역 위협 대응이 가능해지고, ‘오늘 밤이라도 싸운다’(fight tonight)라는 (한-미 연합 사령부의) 모토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이날 주일미군 사령부 기능 강화를 위해 미-일 양국이 협의하고 있다고 복수의 양국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이 육·해·공 자위대 통합 운영을 위해 만드는 ‘통합 작전 사령부’  올해 말 창설에 맞춰 추진하는 논의라고도 전했다. 이 신문은 주일미군 지휘권은 인도태평양사령부에 남겨두면서, 주일미군사령부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자위대와 미군 연합 훈련 계획 수립 권한 등을 부여하는 안이다. 자위대와 주일미군 사이 협의를 위한 상설 합동 기구를 일본 내에 설치하는 방안도 부상하고 있으나, 한국과 달리 자위대와 주일미군 지휘권은 분리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2022년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반격 능력)을 보유하기로 결정해. 지난 70여년 동안 유지해온 안보정책을 대전환했다. 자위대는 ‘방패’ 그리고 주일미군은 ‘창’이라는 역할 분담은 허물어지고, 자위대와 미군의 일체화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 경제적 부상을 경계하기 위해 일본을 활용하기 위해 이런 일본의 변화를 추동해왔으며, 이번 미-일 동맹 업그레이드 방안도 이런 움직임의 연장선상에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소장은 “주일미군과 자위대 일체화는 이미 오랜 기간 논의가 됐던 얘기지만, 실제로 두 나라의 합의가 이뤄질 경우 사실상 중국의 세력 확장과 대만 문제를 겨냥한 것인 만큼 중국이 가만있기 어려울 것”이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어떤 형태로든 한국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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