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6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등 서방에 맞서 한층 더 강화된 북·중·러 밀착을 선언했다 [사진=EPA=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16일(이하 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등 서방에 맞서 한층 더 강화된 북·중·러 밀착을 선언했다. 최근 북한이 잇따라 탄도미사일과 군사정찰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나 양 정상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 행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시 주석은 앞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파리 올림픽 기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합의했으나 푸틴 대통령을 만나서는 "신형 안보 프레임을 구축하자"며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었다.

시진핑 "언제나 함께 하자" 푸틴 "오래도록 협력 하자" 친밀감 과시

공동성명 "북한 상대 군사 도발 반대".. 우크라 문제 정치적 해법도 논의

이번 회담에서 두 정상은 미국 중심의 세계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적 '다극화'를 함께 이끌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날 두 정상은 "언제나" "오래도록"이라는 표현을 주고 받으며 친밀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이 소인수 회담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나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새로운 여정에서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이 오래도록 신뢰할 수 있는 협력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주석은 "양국은 수교 75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전략적 연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푸틴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세계 무대에서의 안정화 요인"이라고 화답했다.

회담은 2시간 30분동안 이어졌고, 이후 공동성명이 발표됐다.

공동성명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긴밀한 관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북한을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양국 정상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 행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낳을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잇따라 탄도미사일과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실험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에서 북한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해법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보였다.

연합뉴스와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양 정상은 오전 소인수 회담과 오후 확대 회담에 이어 저녁에 재차 소인수 회담을 열고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신형 안보 프레임'을 구축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은 제때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이 인정하고 각 당사자가 평등하게 참여하며 모든 방안을 공평하게 토론하는 국제 평화회의를 개최해 우크라이나 문제의 조기 정치적 해결을 추진하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이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견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균형된 입장을 높이 평가하고, 중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계속 중요한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후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시 주석은 "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일치되게 인식한다"며 "중국은 유럽 대륙이 조기에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이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계속 발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상황을 조정하기 위한 우리 중국 동료와 친구들의 이니셔티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시 주석이 프랑스를 공식 방문했을 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요청한 파리 올림픽 기간 휴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경제협력으로 美·서방 제재 돌파 "푸틴, 최고의 패 제시"

이날 양 정상은 경제협력을 강화하는데도 뜻을 모았다.

러시아는 현재 미국 등 서방국가들로부터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고 있다. 중국도 최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배터리 등에 관세 폭탄을 부과하기로 한 상황이다.

시 주석은 "협력 구조를 더욱 최적화하고 경제 및 무역과 같은 전통적인 분야에서 협력 모멘텀을 공고화하겠다"며 "기초과학·첨단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고 항구 및 교통 물류 협력을 강화하며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 자동차와 가전 제조사의 적극적인 러시아 시장 확대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자동차 생산 분야에서 중국 친구들과 협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중국 우호평화발전위원회 러시아 측 위원장인 보리스 티토프는 타스 통신에 "우리 정부는 러시아 영토에서 중국 자동차 생산을 시작하자고 제안했다"며 다음 달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논의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또 양국이 비철금속, 화학, 생명공학, 제약, 우주탐사 등 여러 과학 산업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고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바이칼-아무르 철도, 북극해 항로를 이용한 물류 통로도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러시아 매체 RTVI는 "푸틴 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에서 완벽한 '최고의 패'를 갖고 간다"며 이번 방중에 동행하는 경제, 에너지 분야 인사의 면면이 화려하다면서 "러·중 정상회담 역대 최대 규모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양국은 두 정상이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경제개발부·극동북극개발부·천연자원부 등 정부 부처, 타스 등 언론사가 중국 측 대응 기관과 공동문서 10개에 서명했다.

서명된 협정에는 양국 국경 지역인 볼쇼이우수리스키섬 개발, 중국 수출 쇠고기 수출, 브릭스(BRICS) 전문가 포럼 개최, 언론 협력, 정보 교환, 비즈니스 협회 사이 협력 등이 포함됐다.

또, 푸틴 대통령은 17일 헤이룽장성 하얼빈에서 열리는 제8차 러시아·중국 세계박람회(Expo·엑스포) 개막식과 제4차 러시아·중국 지역협력포럼에 참석하며 양국간 경제 협력 행보를 이어간다.

이번 회담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기술, 금융 부문에서 유럽 시장을 중국 시장으로 완전히 대체한다는 궁극적 목표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년, 수십억 달러가 소요되겠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이 길어지면 러시아의 유일한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미국 일극체제 견제 "아·태지역 폐쇄적 동맹 유해" "다극화된 국제질서 추구"

양 정상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는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공동성명에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파괴적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지역 평화·안정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일방적인 패권, 블록 대 블록 대결, 권력 정치는 세계 평화와 모든 국가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와 중국은 협력하여 보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다극 세계 질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무역기구와 G20과 같은 경제 개발 기관은 "현대 현실에 맞게" 활성화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라시아 지역에서 통합을 진전하기 위해 유라시아경제연합(EAEU·러시아가 주도하는 경제 협력체)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의 잠재력을 결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 역시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중심의 국제 체제와 국제법에 기초한 세계 질서를 굳건히 수호하고 유엔, APEC, G20 등 다자기구에서 입장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는 진정한 다자주의를 통해 다극화 세계 형성과 경제 세계화 과정을 촉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 푸틴 대통령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은 폐쇄적인 군사·정치적 동맹이 존재할 여지가 없는 공간"이라며 "우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신뢰할 만한 적절한 안보 구조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러한 (폐쇄적) 동맹을 맺는 것이 매우 해롭고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美 "中, 양손에 떡 쥘 순 없어" 견제구

미 국무부는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과 관련, 중국 정부가 러시아 및 서방과 동시에 관계를 유지할 순 없다고 경고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러 정상회담을 포함한 양국의 밀착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중국은 양손에 떡을 쥘 수는 없다"라면서 "유럽에 가장 큰 안보 위협이 되는 동시에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중국은 러시아의 국방 산업을 지원하며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의 안보 역시 위협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는 이 같은 지원을 이어가며 유럽 국가들과 관계 발전을 이어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파텔 부대변인은 북중러 밀착에 대해선 "우리는 오랫동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도발 및 부주의한 안보 저해 행위를 돕는 데에 역할을 해왔다고 보고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가 양자 및 다자 관계를 통해 안보리 등에서 북한과 관계를 가질 역량과 채널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북러의 관계가 추가로 강화할지 여부가 문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돕기 위한 물자를 지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 같은 행위에 대한 규탄을 이어가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