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누울 당(躺)에 평평할 평(平) 자로 이루어진 탕핑(躺平·당평)은 글자 그대로 편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2021년 ‘탕핑이 곧 정의(躺平即是正義)’라는 제목의 글이 중국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러누울 당(躺)에 평평할 평(平) 자로 이루어진 탕핑(躺平·당평)은 글자 그대로 편하게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신조어인 줄만 알았던 ‘탕핑’, ‘탕핑족(族)’의 이면에는 사실 중국 정부를 향한 중국 청년들의 원망 섞인 목소리가 짙게 묻어 있다.

‘탕핑이 곧 정의’의 저자 뤄화중(駱華忠)은 근 2년간 안정적인 직장 없이 최소한의 소비만으로 어떻게 생활했는지 그 노하우를 소개하며 “탕핑은 나의 지혜로운 계략(躺平就是我的智者運動)”이라고 말한다. 열심히 일하기를 포기함으로써 각종 경쟁에서 자발적으로 멀어짐과 동시에 더 나은 생활에 대한 욕망도 함께 내려놓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이 저자를 탕핑학의 대가(躺平學大師)로 추대하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이미 닳을 대로 닳은 중국 청년들도 탕핑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2021년 당시 31세였던 뤄화중은 처음으로 온라인에 「탕핑학」에 대해 설파했다.

저장대학교 교수인 다이위치(代玉啓)의 연구에 따르면 탕핑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도피형(逃避式) 탕핑’이다.
세상을 등지고 드러눕는다는 뜻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청년들은 삶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고 사회활동을 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에서 비롯된 스트레스와 경쟁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無奈式) 탕핑’이다.
그동안 노력해왔지만 더는 밝은 미래를 꿈꾸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하에 어쩔 수 없이 드러눕는 것이다. 이 유형의 청년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현 상황을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스스로 낮추며 숨돌릴 구멍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원해서 드러누운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적절한 대안이 있다면 이들은 탕핑하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자조식(自嘲式) 탕핑’이다.
이 유형에 속하는 청년들은 소리 높여 탕핑을 외치지만 사실은 말뿐이다. 실제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으며 싸우려는 의지도 식지 않은 상태다. 대출, 결혼, 육아, 노후 준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면 다 때려치우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놓고 드러눕지는 않지만, 말로써 탕핑을 외치며 불만과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렇다면 탕핑 현상이 나타나게 된 원인과 배경은 무엇일까? 

탕핑은 네이쥐안(內捲)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네이쥐안은 안으로 쪼그라든다는 뜻이다. ‘무한 경쟁에 휘말려 소진되어 가는 현상’, 바로 이 네이쥐안이 탕핑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네이쥐안은 성장을 기대할 수 없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내부 경쟁이자 이로 인한 중국 노동자 계급, 중국 청년들의 집단적인 번아웃 현상이며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가리킨다.

네이쥐안을 표현한 그림

청년 세대 탕핑 관련 연구에 따르면 탕핑 현상이 나타나게 된 배경은 다음과 같다.

거시적 차원에서 사회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 증대, 이기주의 확산, 빈부 격차 확대 및 뉴노멀 시대 진입으로 인한 환경 변화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왕훙 경제 등 신산업의 등장과 함께 전통 산업이 쇠퇴하면서 청년 세대의 취업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동시에 개혁개방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물질주의에 매몰되어 이기주의가 확산했다. 물질적 소유는 더 나아가 대다수 사람이 꿈꾸는 미래가 됐고 자가용, 집, 안정적인 직장이 성공과 동일시되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됐다. 이는 제한적인 자원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탕핑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중시적 관점에서 가족 구성원의 변화가 청년 세대의 사회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 중국 정부의 산아 제한 정책으로 1980년대부터 한 자녀 가정이 절대다수가 됐다. 자연스레 외동아이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도 커졌고 관계에서도 자녀에게 권위적이었던 부모가 자녀와 평등한 부모로 많이 바뀌었다. 이에 자아의식이 크게 발달할 수 있었던 자녀는 타인과의 관계보다 개인의 욕구에 집중하며 부모 세대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졸업 후에도 독립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청년 세대의 사회화 과정의 한계는 이들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기르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미시적 관점에서 중국 청년 세대의 성장 과정과 관련이 있다.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출생자)와 주링허우(九零後·19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성장한 세대로 미래에 대한 기대가 어느 세대보다 높은 편이다.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자랐지만, 현 상황을 봤을 때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서 생긴 괴리감에 경제 성장 둔화까지 더해져 안 그래도 불투명한 미래가 더 뿌예져만 갔다. 이런 상황은 청년들에게 탕핑이라는 씨앗을 뿌렸고 그렇게 탕핑이 뿌리내리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요즘 청년들이 무한 경쟁 시대에서 도피만 꿈꾸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청년 세대의 사회 참여 의사와 사회 참여 행위를 보면 사실은 그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응답자의 64.33%가 앞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 의향이 있으며 가능하다면 996(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연장 근무) 문화를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의 중칭샤오메이(中青校媒)에서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33%가 앞으로 취업 경쟁에 뛰어들 의향이 있으며 가능하다면 996(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연장 근무) 문화를 대표하는 인터넷 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문화 스포츠산업과 교육산업은 각각 42.55%, 40.59%로 인터넷 산업에 이어 입사하고 싶은 직종 2위 3위를 차지했다.

70%가 넘는 응답자가 탕핑은 ‘그냥 한번 해보는 말’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뒤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11.3%는 탕핑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지만, 말로 탕핑을 외치며 다른 네티즌과 토론은 하고 싶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4.76%는 탕핑이 유행어일 뿐이라며 탕핑을 외치는 것은 유행을 좇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또한 70%가 넘는 응답자가 탕핑은 ‘그냥 한번 해보는 말(嘴瘾)’에 불과하며 실제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뒤에서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11.3%는 탕핑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지는 않지만, 말로는 탕핑을 외치며 다른 네티즌과 토론하고 싶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14.76%는 탕핑이 유행어일 뿐이라며 탕핑을 외치는 것은 유행을 좇는 행동이라고 답했다.

2021년 빌리빌리 크리에이터 생태 보고서(2021年B站創作者生態報告)에 따르면 2021년 빌리빌리를 통해 공부한 사람이 중국 대학생 수의 4.5배에 달하는 1억 83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이는 중국 청년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빌리빌리 전체 PUGV(Professional User Generation Video) 중 49%가 지식 콘텐트를 포함한 영상으로 생물학, 의학, 역사, 문학 등 각종 전문 분야를 포괄하는 지식 분야 크리에이터 수도 2021년 한 해 동안 약 92% 증가했다.

2022년 중국 대학원 입학 지원자는 2021년보다 약 80만 명 증가한 457만여 명으로 증가율이 2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구보다 열심인 이들이 탕핑을 외치는 이유는? 

오늘을 버티기 위해서다.

지난 17일 한양대학교 국제관에서 열린 ‘2024년 춘계 공동학술회의’에서 광운대학교 오창학 교수는 “중국 청년세대의 사회 참여와 ‘탕핑(躺平)’ 현상”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통해 중국 청년세대의 탕핑은 차이나드림, 더 나아가 중국 정부에 대한 저항이라고 말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다닌다는 사직서와 비슷하지 않을까? 사직서를 작성하는 직장인의 마음과 탕핑을 외치는 청년들의 마음이 비슷할 것 같다. 쓰긴 썼지만, 직장을 관두는 것보다 더 간절한 건 개선된 업무환경일 수 있다. 오창학 교수도 ‘말로만 탕핑을 외치는 청년들에게 만약 새로운 기회가 주어진다면 이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말 혹은 행동으로 탕핑하는 청년들도 사실은 드러눕는 게 본심이 아닐 수 있다. 탕핑은 오늘을 살아내라고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한 마취제이자 진통제일 뿐,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더 많은 기회와 적절한 경쟁 환경이 아닐까?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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