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온건 후보와 보수정권에 친화적인 인물 놓고 고민

두 선택지 모두 위험 부담…낮은 투표율 등 민심도 냉랭

헬기 추락 희생자 장례식에 모인 인파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등이 탑승한 헬기가 추락한 이란 동아제르바이잔주 주민들이 21일(현지시간) 주도 타브리즈에서 열린 헬기 추락사고 희생자 장례식 도중 이들의 관을 실은 차량 행렬 주위로 몰려들고 있다. UPI연합뉴스

반대파까지 끌어들이는 모습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강경 보수 노선으로 굳힐 것인가.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후에 치르는 다음달 대선에서 이란의 실세이자 최고 종교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5)가 이러한 선택을 내려야 하는데, 선택지마다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하메네이로선 개혁·온건 성향을 가진 인물들에게도 대선에 출마할 정치적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이 있다. 이 경우 모양새는 좋으나 하메네이와 성향이 다른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다른 안은 반대 성향 후보를 차단하고 기존 정권에 친화적인 이들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이란의 정치 구조가 한층 더 권위적으로 굳어진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근래 들어 투표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점은 하메네이에겐 압박 요인이라고 NYT는 짚었다. 이란은 그동안 서방 선거의 낮은 투표율을 지적하며 민주주의를 비판했는데, 정작 이란에서 경직된 민심이 낮은 투표율로 드러나고 있는 처지다. 라이시 대통령이 당선된 2021년 대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48%)로,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을 배출한 2017년 대선(73%)에 비하면 월등히 낮다.

이처럼 고꾸라지는 투표율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성직자 집단과 정치권력을 향한 냉담한 민심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연구원은 “정권 입장에서 이처럼 국가와 사회의 거리가 벌어지는 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은 보수적인 단결성을 유지하길 원하지만 라이시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메네이가 보수 세력의 내분에 직면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에게 ‘예스맨’이었기 때문에 그에게 위협이 되지 못했지만 확실하게 내세울 수 있는 후임자가 없는 상황에선 분열이 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 클램슨대 아라시 아지지 박사는 “정치권에는 심각한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많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출마할 이들의 면면을 보면 하메네이의 의중을 짐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도를 종합하면, 현 국회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가 우선 거론된다. 갈리바프 의장은 실용주의 성향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 다른 인물로는 이란 혁명수비대 출신으로 하메네이 충성파로 꼽히는 사이드 잘릴리(59)가 있다. 아지지 박사는 “갈리바프 의장은 국회가 이란의 경제난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처했다. 잘릴리가 출마하면 이는 서구엔 좋은 징조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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