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 코헨(59) 전 모사드 국장. EPA연합뉴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이 팔레스타인 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의혹을 조사하던 전임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을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을 인용, 2019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모사드를 이끌었던 요시 코헨 전 국장이 파투 벤수다 당시 ICC 검사장을 최소 세 번 만나며 압력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코헨 전 국장은 2017년 뮌헨안보회의에서 처음으로 벤수다 전 검사장과 접촉한 데 이어 2018년에는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기습적으로 등장해 벤수다 전 검사장을 놀라게 했다. 조제프 카빌라 당시 콩고민주공화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들어가 있던 방에서 벤수다 전 검사장만 남기고 ICC 관계자 모두를 내보내더니 코헨 전 국장이 불쑥 나타났다는 것이다.

감비아 출신의 이슬람교도인 벤수다 전 검사장은 2015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에서 자행된 전쟁범죄와 반인도 범죄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움직임에 크게 반발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코헨 전 국장이 벤수다 전 검사장을 설득해 조사를 중단시키려 했다는 게 가디언이 취재한 소식통들의 주장이다.

파투 벤수다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 ICC 제공

이러한 활동은 ICC가 이스라엘군 장병을 기소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명분 아래 고위급의 승인을 받아 진행됐다고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말했다. 한 소식통은 코헨 전 국장이 네타냐후의 ‘비공식적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당초 코헨 전 국장은 벤수다 전 검사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해 친 이스라엘 인사로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벤수다 전 검사장은 2019년 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전면적 수사에 나설 근거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벤수다 전 검사장이 ICC 고위 당국자들에게 공유한 당시 상황을 전해 들은 한 소식통은 코헨 전 국장이 벤수다 검사장에게 “당신은 우리를 도와야 하고, 우리가 당신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당신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길 원치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또 모사드 측이 벤수다 전 검사장의 남편을 몰래 찍은 사진을 보여주고, 문제의 발언을 한 남편의 목소리가 남긴 녹음본을 외교가에 유포해 벤수다 전 검사장을 깎아내리려고 시도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러한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우리에게 전달된 질문들은 이스라엘에 피해를 줄 목적이 담긴 많은, 거짓되고 근거 없는 의혹들로 가득 차 있다”고 해명했다.

코헨 전 국장과 벤수다 전 검사장 역시 보도와 관련해 언급을 거부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ICC는 2021년 요르단강 서안을 비롯한 팔레스타인 영토에 ICC의 사법 관할권이 미친다고 판결했다. 같은 해 3월 벤수다 전 검사장은 팔레스타인 영토 내에서 이뤄진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를 공식 개시한다고 발표했고, 3개월 뒤 임기가 끝나 자리에서 물러났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발발한 것을 계기로 관련 수사를 본격화한 카림 칸 현 ICC 검사장은 지난 20일 네타냐후 총리와 하마스 지도부 등에 대해 전쟁범죄 등 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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