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9일(현지시간) 몰도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마이아 산두 몰도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로 우크라이나가 주요 전선에서 밀리는 일이 계속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럽 동맹국들이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주장한 가운데 미국도 정책 전환에 나설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공격에 미국 무기를 쓰는 것을 허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황이나 러시아의 행동,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었다”면서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적응과 조정’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겠느냐는 의미냐는 물음에 “정확히 그렇다”고 말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책 기조 변화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보좌관 일부는 정책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의 서방 무기로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둘러싼 위험에 대해 “공식적이고 신속하게” 재평가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를 두고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문제에 다가서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이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확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핵을 보유한 러시아를 자극해 자칫 미·러 간 직접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기미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핵 조기 경보 체제를 표적으로 한 레이더 기지 등에 대한 공격에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이런 기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8일 우크라이나에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 타격을 허용할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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