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홍콩 47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리위에순이 법정 바깥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홍콩 법원이 2020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홍콩 최대 공안사건에서 민주화 운동가 14명에게 무더기 유죄 판결을 내렸다.

홍콩프리프레스, AFP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법원 치안판사 3명이 30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내린 대상 가운데 전 입법회 의원 렁쿽흥, 람척팅, 레이먼드 찬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추후 형량 선고에서 최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반면 로런스 라우와 리위에순 두 명은 무죄 판결을 받아 홍콩보안법에 따라 기소된 이 가운데 최초 무죄 사례가 됐다.

홍콩 검찰은 2021년 2월 전직 야당 의원과 언론인, 활동가 등 민주파 인사 47명을 2020년 중국 정부가 제정한 홍콩 국가보안법상 국가 정권 전복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은 기소된 사람의 수를 따서 ‘홍콩 47’로 불렸다. 현재까지 홍콩 최대의 공안 사건이다.

이들은 2020년 9월 홍콩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그해 7월 야권 후보를 가리는 예비선거를 치렀다. 홍콩 검찰은 해당 선거가 야권을 결집해 입법회 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뒤 홍콩 행정장관을 압박해 사임시키고 국가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로 치러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예비선거 과정에서 입법회 선거에서 당선되면 무차별 예산 거부권을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기소의 근거였다.

이들의 선언문에는 예산거부권을 통해 정부를 압박해 2019년 송환법 시위 당시 기소된 모든 시위대에 대한 기소를 철회하고 경찰의 폭력 혐의에 대해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포함됐다. 이는 대부분의 민주국가에서는 의원의 권한으로, 문제 삼지 않는 내용이다.

홍콩47 재판은 홍콩보안법으로 정권 반대파를 탄압하는 방식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재판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홍콩프리프레스는 판결이 피고인 47명 가운데 유죄를 인정한 4명의 진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피고인들이 당시 자신들의 행위가 불법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디언은 재판이 몇 달에 걸쳐 반복해 지연되는 등 공정성이 의심된다고 짚었으며 세계의 인권단체, 비영리기구(NGO) 등에 비판받았다고 소개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2명은 예산 거부권 행사 등을 약속한 ‘온라인 선언’ 명단에 없었던 것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다. 홍콩 검찰은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도록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우산혁명 조직자이기도 한 법학자이자 활동가 베니 타이, 민주주의 활동가 조슈아 웡 등도 홍콩 47 사건으로 기소돼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홍콩 정부는 ‘홍콩 47’ 사건 이후 코로나19를 이유로 입법회 선거를 전격 연기했다. 중국은 친중 성향의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 선거제를 전면적으로 개편했다. 홍콩 입법회 선거는 예정보다 15개월 후인 2021년 12월에 열렸다. 민주 진영이 아무도 출마하지 않은 가운데 투표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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