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국무 “전황 등 고려”

미국 정부가 기존 반대 입장에서 선회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는 것을 허용하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세로 우크라이나가 주요 전선에서 밀리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유럽 동맹국들이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그간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던 미국이 정책 전환에 나설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몰도바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 공격에 미국 무기를 쓰는 것을 허용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황이나 러시아의 행동, 조건의 변화에 따라 적응하는 것이 지난 2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의 정책이었다”면서 “필요한 적응과 조정을 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특히 ‘적응과 조정’이 우크라이나가 미국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겠느냐는 의미냐는 물음에 “정확히 그렇다”고 말했다. 당장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지지한다고 밝힌 것은 아니지만 정책 기조가 변화할 여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전략소통조정관도 러시아 본토 공격에 미국산 무기를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현재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적절하게 진화해왔다”며 변화 가능성을 열어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지난 14일 우크라이나를 깜짝 방문한 이후 비공개석상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책 변경을 건의했으며, 백악관 보좌관 일부도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악관은 서방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을 둘러싼 위험에 대해 “공식적이고 신속하게” 재평가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NYT는 이를 두고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될 문제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이를 러시아 본토 타격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확전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핵을 보유한 러시아를 자극해 자칫 미·러 간 직접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의 반격 기미가 잘 보이지 않으면서 기존 입장을 재검토하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바이든정부러시아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