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게 존중받는 유일한 길은 그에게 맞서는 것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우선주의'로 회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1기 때 그를 상대했던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2015년~2018년 재임)가 트럼프에게 당당하게 맞서는 전략을 쓰라고 각국 지도자들에게 조언했다.

턴불 전 총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전 세계 정상들은 트럼프에게 아첨해서 그의 분노를 피하려고 안달하지만 그런 순종적인(pliant) 접근은 나쁜 전략이고,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오벌오피스(미 대통령 집무실)나 다른 무대에서나 괴롭힘에 굴복하는 건 더 많은 괴롭힘을 부른다"며 "트럼프의 존중을 받는 유일한 길은 맞서는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나라 지도자가 직설화법을 구사하면서 강한 태도로 나오면 트럼프의 분노를 초래할 순 있지만, 트럼프는 화가 가라앉은 후 오히려 그런 상대를 존중했다는 게 턴불의 논리다.

트럼프 1기 때 그를 상대했던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가운데)가 트럼프에게는 강하게 맞서는 전략을 쓰라고 각국 지도자들에게 조언했다. AP=뉴시스

그러면서 턴불은 오바마 정부 때 미국과 호주가 체결한 난민 상호교환 협정 유지를 놓고 트럼프와 힘겨루기했던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트럼프 참모진은 호주 측에 "난민교환 협정 문제는 꺼내지도 말라"고 사전에 경고했지만, 턴불은 트럼프와 통화하며 이 문제를 거론했고 미국에 협정을 지키라고 요구했다.

당시 트럼프는 "끔찍한 협정"이라며 분노했지만, 통화 말미 마지못해 협정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4개월 후인 2017년 5월 턴불은 트럼프가 아내 멜라니아에게 "턴불은 터프(tough)한 협상가"라고 평가하는 것을 직접 듣게 됐다. 이 말에 멜라니아는 "도널드, 당신과 똑같네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울러 턴불은 2018년 3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강하게 맞섰다. 턴불은 호주산 철강재에 관세를 부과한들, 미국 철강 제품의 경쟁력이 올라가지도 않고, 미국 내 제품 가격만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화와 편지까지 동원하자 결국 트럼프는 생각을 바꿨다.

맬컴 턴불 전 호주 총리는 '세계가 트럼프와 거래하는 방법'이라는 기고문에서 트럼프에 강하게 맞서라고 조언하면서 "트럼프가 다른 나라 정상을 해고할 순 없다"고 적었다. 포린 어페어스 홈페이지

그러면서 턴불은 트럼프 정권에서 미국의 유일한 결정권자는 트럼프였다면서 대사나 외교장관의 역할은 미미했고, 정상 간의 소통이 결정적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트럼프를 설득하려면 외국 지도자는 트럼프의 존중을 받아야 하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턴불은 이어 "트럼프는 일차원적이고 비이성적인 '괴물'이라는 이미지가 너무 고착돼 있다"면서 "많은 사람은 트럼프가 자기에게 맞는 거래라고 판단하면 이성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골목 대장처럼 트럼프는 다른 사람들을 굴복시킬 것이고, 굴복시킬 수 없을 때 거래를 시도할 것"이라며 "거래 성사까지 가려면 각국 지도자들은 먼저 괴롭힘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경우 각국 정상들은 동맹·우정 등 '감상적인' 내용은 기자회견용으로 놔두고, 트럼프에게 자신의 제안이 왜 좋은지를 직접 설득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트럼프는 항상 '당신의 제안에 날 위한 것이 들어있는가'라고 묻는다"면서 "그의 셈법은 정치적이면서 상업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 국내 정치와 관련해, 턴불은 "지난 4년간 트럼프는 2020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자신에게 동의하도록 설득했다"면서 "이렇게 끈질긴 가스라이터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평했다. 또 "트럼프가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오면 비판자들을 진압하고 행정부에 '예스맨'을 두는 본능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이 민주당원이면 정치적 반대자로, 공화당원이면 반역자로 규정할 것"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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