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서 승리해 멕시코 첫 여성 대통령으로 당선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왼쪽 셋째)이 3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초(macho)의 나라’로 불리는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 사상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3일(현지시간) 좌파 집권당 국가재건운동(MORENA·모레나) 소속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61) 후보가 유리천장을 깨고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짓자, 현지 언론은 “미국보다 먼저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며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멕시코 중앙선거관리위원회(INE)는 무작위 표본을 통한 신속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58.3~60.7%를 득표하며 승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2위는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의 소치틀 갈베스(60) 광역전선 후보, 3위는 호르헤 알바레스 마이네스(38) 시민운동당 후보로 9.9~10.8%를 얻는 데 그쳤다. 오차범위는 ±1.5%다. 멕시코 대통령은 6년 단임제이며, 새 대통령의 임기는 10월 1일부터 2030년까지다.

셰인바움은 당선이 확정되자 자신의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멕시코 공화국 건국 200년 만에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고, 그 대통령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모든 멕시코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게재했다. 이어 멕시코시티에서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 연설을 하며 “비바 멕시코(멕시코 만세)”를 외친 뒤 “여성 대통령 탄생은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들, 어머니들과 딸들, 손녀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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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평론가들은 올해 대선에 유독 여당 지지세 결집세가 확연해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고 관측해왔다. 이는 레임덕 없이 임기말까지 60%대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70)의 후광 덕분이라고 일간 레포르마는 전했다.

셰인바움은 중남미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멕시코 국립자치대(UNAM·우남)에서 에너지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여성이다. 200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UN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멤버이기도 하다. 엘리트 과학자인 셰인바움을 정계로 입문시킨 사람이 바로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다. 그는 2000년 멕시코시티 시장 시절, 셰인바움에게 전화를 걸어 “(멕시코시티의) 환경부 장관을 하고 싶냐”고 물었고, 셰인바움이 이를 승낙했다.

이후 셰인바움은 멕시코시티 시장(2018~23년), 대통령 당선까지 ‘여성 최초’의 기록을 세우며 정계에서 승승장구했다. 리투아니아·불가리아 유대계 혈통인 과학자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셰인바움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가톨릭 국가의 수반이 된 첫 유대인 지도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셰인바움의 당선으로 멕시코는 행정·입법·사법부의 수장을 모두 여성이 맡는 나라가 됐다. 앞서 지난해 1월 노르마 루시아 피냐 에르난데스(63) 당시 대법관이 여성 처음으로 대법원장에 선출됐고, 같은 해 9월 여성 정치인 아나 릴리아 리베라 리베라(51)와 마르셀라 게라 카스티요(64)가 각각 상원의장, 하원의장이 됐다.

멕시코는 여성의 보편적 참정권을 보장하기까지 미국보다 33년이나 더 걸렸지만, 미국보다 빨리 최초 여성 지도자를 배출했다고 이뤄냈다고 CNN은 전했다. 타라 존 CNN 논설위원은 “매일 여성이 10명꼴로 살해되는 가부장적 문화와 높은 젠더 폭력 비율로 유명한 나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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