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앞 회원국 깃발 [사진=AF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유럽연합(EU) 입법기관인 유럽의회 제10대 선거가 오는 6~9일(이하 현지시각) 실시된다. 이번 선거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안보 불안 및 난민 문제로 인해 극우 정치 세력의 선전이 예상된다.

선거 이후 '유럽 대통령' 격인 집행위원장 선출도 관심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속한 정당이 1당이 될 것으로 보여 연임 가능성이 높지만 극우 세력이 예상 보다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다른 인물이 집행위원장이 될 수도 있다.

27개국 유권자 3억7300만명, 720명 의원 선출.. 개표 결과 9일 발표

유럽의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접 선거로 선출하는 다국적 의회다.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민주주의 선거다. 선거는 5년마다 실시되며, 이번 선거는 1979년 첫 직접선거 이후 10번째이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는 EU 회원국 27개국 유권자 3억7300만명이 720명의 의원을 선출한다.

지난 9대 때는 751명을 선출했으나 2020년 1월31 영국의 브렉시트(EU를 탈퇴)로 의석 수가 705석으로 줄었고, 인구통계학적 조정을 거쳐 15석이 추가됐다.

국가별 의석 수는 독일이 96석으로 가장 많다. 이어 프랑스(81석), 이탈리아(76석), 스페인(61석), 폴란드(53석), 루마니아(33석), 네덜란드(31석)이다.

다음으로 벨기에(22석), 그리스·체코·스웨덴·포르투갈·헝가리(21석), 오스트리아(20석) 등이다.

불가리아는 17석, 덴마크·핀란드·슬로바키아는 각 15석, 아일랜드는 14석, 크로아티아는 12석, 리투아니아는 11석이다. 슬로베니아·라트비아(9석), 에스토니아(7석), 시프러스·룩셈부르크·몰타(6석)은 한 자릿수다.

선거는 6일 네덜란드부터 시작해 7일 아일랜드, 8일 라트비아·몰타·슬로바키아에서 투표가 시작된다. 체코는 8일과 9일, 이탈리아는 9일과 10일 투표한다.

나머지 20개국(오스트리아·벨기에·불가리아·크로아티아·키프로스·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프랑스·독일·그리스·헝가리·리투아니아·룩셈부르크·폴란드·포르투갈·루마니아·슬로베니아·스페인·스웨덴)은 9일 실시한다.

개표 결과는 모든 회원국의 투표가 끝난 9일 발표된다. 유럽의회 선거관리위원회는 일찍 투표를 마친 나라의 결과가 다른 나라의 투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표 결과를 먼저 발표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우, 이-하 2개의 전쟁으로 안보 불안 및 난민 문제 겹치며 극우 약진

이번 선거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 불안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유럽행 난민이 급증하면서 극우 정치 세력의 약진이 전망된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나토의 집단방위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며 자강 안보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독일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민족주의적으로 생각하거나 미국만 바라보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며 유럽 공동 방위체제를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새로운 안보 개념을 구축해야 한다"며 "유럽인으로서 이는 코페르니쿠스 혁명에 버금가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의 진정한 통일 혹은 통합은 우리가 스스로 국방과 안보의 틀을 확립할 때 완성된다.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의 과제"라며 "그래서 우리는 몇 달 안에 유럽인으로서 이 틀을 재정의할 기회가 필요하다"며 자강론을 폈다.

경제 부문에서도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의 성장동력이던 제조업 분야가 산업혁명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날 표심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에 이번 선거에선 극우 세력의 약진이 예상된다. 특히 극우 정치세력이 '반짝 선전'을 넘어 유럽의회에서 제2의 교섭단체(정치그룹)를 형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유럽의회 의원들은 교섭단체를 의미하는 '정치그룹'을 구성하는데 전체 회원국 27개국의 4분의 1, 즉 7개국 이상에서 의원 23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정치그룹 구성을 위해서는 23명의 회원이 필요한데, 27개 회원국 중 약 7개국(최소 4분의 1 이상) 의원들이 함께해야만 한다.

현재까지 유럽의회에는 7개의 정치그룹이 있는데, 전통적으로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 176석과 제2당인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진보동맹'(S&D) 139석이 가장 큰 그룹으로 꼽힌다.

지난 의회에서는 그 뒤를 자유주의와 중도를 표방하는 '리뉴 유럽'(RE) 102석, 녹색 정치와 지역주의 성향을 가치로 한 정치그룹인 '녹색당-유럽 자유동맹'(Greens-EFA)이 72석을 차지했다. 의회 내 양대 극우 정치그룹으로 대표되는 '유럽 보수와 개혁'(ECR) 69석, '정체성과 민주주의'(ID)이 49석, 7곳 중 마지막 1개 그룹은 급진좌파 성향의 유럽의회 좌파(GUE/NGL) 37석이다. 무소속은 61석이다.

ECR은 극우 성향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이탈리아형제당)가 이끌고 있다. ID에는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연합(RN)과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등이 함께 했으나 ID는 최근 AfD 측에서 나온 나치 발언 등이 선을 넘었다고 보고 AfD와 결별을 선언했다.

마린 르펜 [사진=AFP=연합뉴스]

극우 성향 이탈리아 ECR과 프랑스 ID 연대시 제2당 지위도 가능

佛 극우 르펜, 伊 총리에게 유럽의회 선거 연대 제안

이번 유럽의회 선거 후에는 이탈리아형제당과 RN이 힘을 합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분석기관 '유럽 일렉트'가 지난 5월 3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ECR과 ID가 손을 잡는다면 2당인 S&D를 앞서는 힘을 갖게 된다.

유럽 일렉트는 EPP가 선두로서 180석, S&D가 138석, RE가 86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ECR은 75석, ID는 68석으로 전망돼 양측 의석수를 합치면 143석이 된다.

폴리티코는 이번 선거에선 EPP 170석, S&D 142석, RE 76석, ECR 75석, ID 60석, 무소속 59석, Greens/EFA 42석, GUE/NGL 32석 등으로 전망했다. 이 경우에는 ECR과 ID가 손을 잡는다면 3당의 지위를 갖게 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프랑스의 대표적인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조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다음 달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연대를 제안했다.

르펜은 26일 공개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를 향해 "지금이 바로 단결해야 할 때"라며 "유럽의회에서 두 번째로 큰 정치그룹이 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르펜의 연대 제의에 대해 수락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이탈리아 국영 라이(Rai) TV와 인터뷰에서 "내 주요 목표는 최근 몇 년 동안 집권한 세력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적 다수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즉 유럽에서 좌파를 야당으로 몰아낼 중도 우파 다수당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AfD와 RN은 협력하기에는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평가를 오랫동안 받아왔다"며 "이번 AfD의 제명으로 ID의 의원 수는 줄어들었지만, 르펜 입장에선 외연을 확장할 기회가 왔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르펜이 멜로니 총리와 손을 잡는 데 성공하면 유럽의 의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막강한 정치그룹을 구성할 수 있고,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르펜이 갈망해온 RN의 대중 정당화가 가능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 집행위원장 연임 '청신호'... 극우 의석수가 변수

유럽의회 의원은 EU의 법률을 제정하고 결정한다. 또, EU 예산을 승인하고 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감시하며 예산안을 심의, 수정하고 거부권도 행사할 수 있다.

특히,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 수장인 집행위원장도 의회가 선출하고, 집행위원 27명에 대한 임명권도 가진다.

즉, 10대 유럽의회에서는 어느 때보다 극우 세력의 입김이 강하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선 여론조사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대표로 있는 EPP가 이번 선거에서 1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여 그의 집행위원장 연임에는 청신호가 들어온 상태다.

다만 집행위원장으로 선출되려면 새로 구성될 유럽의회 투표에서 720석 중 과반인 361표 이상의 찬성표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최근 극우 세력인 ECR과 협력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기존 의회에서 EPP와 협력했던 S&D와 RE의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PP 내부에서도 반대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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