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중국에서 먹는 전통 시절음식 중 하나인 쫑즈(?子)

6월이면 중국에서 먹는 전통 시절음식 중 하나가 쫑즈(粽子)다. 정확하게는 음력 5월 5일 중국 단오절에 먹는 절기음식이고 비슷한 시기에 시행되는 중국 대입수능(高考)에서 높은 점수 받기를 빌며 먹는 합격기원 음식이다.

쫑즈는 한국에서도 대부분 알고 있는 것처럼 대나무잎이나 연잎으로 찹쌀을 싸서 찐 음식이다. 소로는 돼지고기나 대추 등의 견과를 넣는데 시대와 지방에 따라 내용물은 조금씩 다르다. 어쨌든 우리나라 연잎쌈과 비슷하다. 동남아에서는 바나나잎으로 밥을 싸기도 한다. 그만큼 아시아에 널리 퍼져있는 음식인데 왜 중국에서만 유독 단오절에 쫑즈를 먹을까?

단오는 음력 5월 5일로 양의 숫자인 '5'가 겹쳐 양의 기운이 충만해진다는 날이다. 중국 대입 수능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점수에 따라 원하는 대학의 입학여부가 결정된다. 그런데 이런 날이 쫑즈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 문화에 관심 있다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야기일텐데 기원전 4세기, 전국시대 초나라의 재상이었으며 후대에는 시인으로 더 유명한 굴원의 이야기다.

적국인 진나라의 이간질로 초나라 회왕이 충신 굴원을 유배 보내며 멀리했고 결국 초나라는 망하고 회왕은 죽임을 당했다. 굴원이 분함을 참지 못하고 멱라수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이 음력 5월 5일 단오였다고 한다.

지조와 절개의 상징인 충신 굴원이 자결하자 백성들이 행여 물고기가 그 시신을 먹을까 걱정하며 대신 대나무통속에 찹쌀을 넣고 밥을 지은 죽통밥을 강물 속 물고기에게 던져 준 것이 쫑즈의 유래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 신이 된 굴원에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막아달라며 안녕을 기원하는 소원을 빌게 됐다.

쫑즈와 단오, 굴원과 액땜 및 안녕의 소망이 서로 제대로 연결도 되지 않고 상당히 뜬금없게 들리지만 나름 역사가 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쫑즈의 역사와 문화다.

쫑즈가 문헌에 처음 보이는 것은 굴원이 살았던 전국시대보다 800년이 지난 4세기 초, 진(晉)나라 때다. 『풍토기』라는 책에 여름인 단오절이 되면 기장(黍)을 뿔(角)처럼 (앞사귀에) 싸서 물고기들에게 던져 준다라고 나온다. 각서(角黍)라는 음식이다.

각서는 고대에 만두를 일컫는 말이기도 했는데 아마 잎사귀로 기장을 만두 빚은 것처럼 감쌌기에 생긴 이름일 것이다. 참고로 왜 하필 기장일까 싶지만 4세기 진나라 때는 아직 찹쌀이 북방에 퍼지기 전이고 밀가루는 최고 상류층 아니면 먹지 못할 때였다. 다시 말해 평민들의 주식은 좁쌀이나 기장 같은 잡곡일 때였다. 어쨌든 이 각서가 훗날 변해서 쫑즈가 됐다.

쫑즈가 억울하게 죽은 굴원을 기리며 먹었던 음식이라는 유래설과는 다르게 원래 쫑즈는 조상님께 올리는 제사음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이런 쫑즈가 굴원과 연결된 것은 6세기 무렵이다. 굴원의 고향인 초나라와 형나라의 풍속을 적은 『형초세시기』에 단오절이면 사람들이 새로 난 대나무를 잘라 잎으로 입구를 막아 밥을 지어 오색실로 묶은 후 강물에 던져 굴원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이는 액운을 피하고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상님께 복을 빌며 올리는 제사음식이 옛날 초나라였던 형초지방에서 굴원으로 슬쩍 대체됐고 굴원의 제삿날인 단오절 음식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런데 쫑즈가 단오음식이 된 것은 이날이 단지 굴원의 제삿날이었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단오의 본래 의미와 깊은 관계가 있다. 동양의 전통명절인 단오는 양기가 겹치는 밝은 날이지만 동시에 단오가 포함된 5월을 옛날에는 나쁜 기운을 뿜어내는 달(惡月)이라며 갖가지 금기가 많았다.

음력 5월에는 나쁜 기운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중 단오날에는 특히 다섯가지 독이 뿜어져 나온다고 믿었다. 보통 오독(五毒)은 전갈, 뱀, 지네, 거미, 두꺼비의 독을 말하는데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단오는 여름이 시작되는 날이니 독충에 독이 잔뜩 올라 본격적으로 활동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쫑즈가 이런 독충을 물리치는, 그래서 나쁜 기운을 막아 준다고 믿었다. 쫑즈라는 음식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데 1세기 때 한자 자전인 『설문해자』에 쫑(粽)의 옛 글자는 쫑(糉)이라고 했다. 이 글자를 풀어보면 쌀 미(米)변에 흉악할 흉(兇)자와 때릴 복, 막을 복(攵)자로 이뤄져 있다. 말하자면 나쁜 일이 생기는 것을 때려 막아주는 쌀(떡)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쫑즈가 어떻게 나쁜 일, 해로운 독충을 막아준다는 것일까? 고대의 쫑즈는 나무나 풀을 태운 재에 기장이나 찹쌀을 묻었다가 만들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천연 탄산나트륨인 잿물이 생기는데 소량의 이런 성분이 우리 몸 속의 노폐물 등 나쁜 물질을 녹여 낸다는 것이다. 그러니 쫑즈는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시작될 무렵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건강을 챙겨주는 액땜 음식이었던 것이다.

중국 단오절에 굴원에게 액땜을 빌며 먹었다는 쫑즈, 터무니없는 전설 같지만 알고 보면 전통의 민속과 옛날 사람들의 과학적 근거가 있었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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