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는 한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가 은연중에 녹아 있다. 중국 음식도 예외가 아닌데 세계로 퍼진 중국 음식 속에는 현지의 문화와 역사까지 곁들어 있다. 지구촌 중국반점의 요리를 통해 중국 본색을 알아보고 세상을 들여다본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크게 유행했고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중국 음식 중 하나가 원앙훠궈(鴛鴦火鍋)다. 태극(太極)훠궈라고도 한다. 가운데를 가로질러 한쪽은 맵고 얼얼한 마라맛의 빨간 육수 홍탕(紅湯), 다른 한쪽은 뽀얀 사골국물 같은 육수의 청탕(凊湯)으로 나누어 두 가지 맛을 동시에 즐기도록 만들었다.


누구 작명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청과 홍의 두 색과 맛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니 마치 쌍을 이룬 원앙처럼 보였기에 원앙훠궈, 혹은 음과 양이 만나 우주의 맛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는지 태극훠궈라는 거창한 이름을 지었다.

중국에서는 보통 이런 훠궈를 충칭훠궈(重慶火鍋)라고 했는데 정확하게는 맵고 얼얼한 맛의 빨간 육수인 홍탕이 충칭훠궈이고 뽀얀 육수의 청탕은 지역적으로 구분하면 베이징 훠궈다.


두 지역 훠궈가 만나 원앙이니 태극이니 하는 거창한 이름으로 재탄생했지만 따지고 보면 두 음식의 만남은 동화 왕자와 거지 이야기만큼이나 극과 극의 조합이다.

먼저 맵고 자극적인 맛으로 인기가 높은 홍탕, 충칭훠궈는 사실 최악의 조건에서 생겨난 음식이다. 충칭훠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일단 시기적으로는 19세기 후반의 청나라 말에 생겨났다는 설도 있고 청나라가 망한 후인 20세기 초, 중화민국 시절에 발달했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역사가 긴 것 같지는 않다.

그 시작에 대해서도 여러 말이 있는데 일반적인 설은 양자강(長江)과 쟈링(嘉陵)강이 만나는 충칭의 부둣가에서 일하던 노동자, 그중에서도 배를 밧줄에 묶어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끌었던 일꾼들이 먹었던 음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가난하고 비참했던 막일꾼들의 음식이 뿌리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사람들이었으니 제대로 된 고기를 사 먹을 돈이 없었다. 때문에 버리다시피 하는 소 창자와 천엽, 오리 내장 등 부스러기 고기를 긁어모아 잠시 쉬는 동안에 펄펄 끓는 육수에 데쳐 먹고는 서둘러 배를 끌러갔다고 한다. 지금도 충칭훠궈의 재료로 소고기와 천엽 등을 많이 먹는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돼지고기를 주로 먹는 중국에서 충칭훠궈만큼은 소고기를 중심으로 먹는 데도 까닭이 있다. 초창기 충칭훠궈를 먹었던 배 끄는 일꾼들이 한족과 회족이었는데 이들에게 부스러기 고기를 판 사람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소수민족인 회족들이 많았다.

충칭이 있는 사천성과 이웃한 감숙성에서 키우던 소를 몰고 온 회족들이 충칭에서 소를 도축해 판매한 후 마지막 남은 부스러기 고기와 내장 부위를 부둣가 막일꾼들에게 팔았다. 충칭훠궈인 홍탕은 이렇게 밑바닥 막일꾼과 가난한 소수민족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며 만들어낸 음식이었다.

충칭훠궈가 맵고 얼얼한 마라(麻辣)맛의 빨간 홍탕으로 발전한 것도 그 기원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충칭훠궈는 사천음식인 만큼 맵고 얼얼한 맛이 특징이지만 여기에 더해 강한 향신료를 쓰지 않으면 먹지 못할 정도로 음식 재료가 형편없었던 것도 이유라고 한다.

반면 베이징을 중심으로 발달한 훠궈인 청탕은 여러 면에서 홍탕과는 대조적이다. 일단 종잇장처럼 얇게 썬 양고기를 뽀얀 사골 육수에 흔들어 먹는 청탕은 청나라 궁중음식, 잔치요리에서 발달해 민간으로 퍼진 것으로 본다. 그 기반이 되는 음식이 베이징의 전통 겨울 음식인 솬양러우(涮羊肉)다. 씻을 쇄(涮) 자를 써서 양고기를 육수에 흔들어 씻듯이 데쳐 먹는 요리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