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톱 디자이너였던 비르지니 비아르가 지난 1월 런웨이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패션계 최고의 일자리 공고가 떴다." 영국 가디언이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의 교체를 두고 6일(현지시간) 낸 기사의 제목이다. 샤넬은 하루 전날 비르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 아티스틱 디렉터의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패션지 보그와 뉴욕타임스(NYT)ㆍCNN은 모두 "깜짝 발표"였다고 전했다. NYT는 "패션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한다"고도 표현했다. 

2019년부터 샤넬의 최고 디자이너로 재임해온 그의 해임 발표는 다소 의외였다. 5년이라는 시간은 다소 짧다고 느껴지기에 일각에선 불명예스러운 해임으로도 읽을 수 있어서다. 비아르의 전임자인 칼 라거펠트(1933~2019)는 1983년부터 사망할 때까지 36년간 아티스틱 디렉터 자리를 지켰다. 그 라거펠트가 "나의 오른팔이자 왼팔"이라고 불렀던 이가 비아르 디렉터였다.

독일 출신 전설의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EPA=연합뉴스

라거펠트의 생전에도 그의 후임을 두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스타 디자이너들이 샤넬의 명맥을 이을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라거펠트의 선택은 자신의 심복이었던 비아르였다. 비아르의 등장은 처음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샤넬에 인턴으로 입사해 35년 이상 일하며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의 해임을 두고 샤넬은 "비아르는 (샤넬의)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내면서도 샤넬의 창의적 유산을 존중했다"며 "약 30년에 걸친 그의 공로에 감사한다"는 짧은 보도자료를 냈다. 화려한 퇴장과는 거리가 멀다. 패션 전문가들 사이에선 비아르의 디자인에 샤넬이 만족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아르는 그러나 숫자로 본인의 가치를 이미 증명해냈다. NYT에 따르면 그가 아티스틱 디렉터로 재임하면서 샤넬의 매출은 연 197억 달러(약 26조 9000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이전보다 16% 포인트 오른 수치다.

샤넬의 지난 1월 런웨이. EPA=연합뉴스

비아르의 일하는 방식은 다소 베일에 싸여있다. 보그는 "그는 인터뷰를 자주 하지 않았고, 라거펠트 생전엔 그의 뒤에 서있는 걸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가 했던 몇 안 되는 인터뷰 중 하나인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비아르는 "나는 칼(라거펠트)을 돕는 걸 좋아하지만, 그를 놀래키는 것 역시 좋아한다"고 말했다. 라거펠트의 아이디어와 스케치를 원단과 재단으로 현실화하고, 트렌드를 선도하고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비아르만한 인물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라거펠트의 사후에도 비아르는 라거펠트의 그림자와 함께 살았다. NYT는 "비아르는 라거펠트의 보좌역 이상으론 자리매김하지 못했다"며 "샤넬을 더 젊게 만들고 효율성을 추구하려 했지만 그런 노력은 실패하곤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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