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지난 3월, 나는 혼인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탄하는 글을 한 편 썼다. 미국 성인 가운데 현재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지내는 사람이 절반에 이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쓴 글이다. 오랫동안 결혼생활과 행복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어왔으며, 나 스스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온 일종의 낭만주의자로서 해당 통계는 꽤 충격이었다.

그런데 내 글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특히 많은 여성 독자가 이성 간의 결혼을 낡은 구닥다리 제도로 일축했다. 이들에게 결혼은 여성을 경제적인 기여도 인정받지 못하고 무료 봉사하는 하인으로 전락시키는 낡은 제도일 뿐이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한 여성이 칼럼에 단 댓글이 2천 명 넘는 독자들의 추천을 받아 "베댓"이 됐는데, 이 독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결혼은 보통 남성 좋으라고 만든 제도일 뿐이다."

보통 온갖 돌봄노동의 의무를 홀로 지는 건 부부 가운데 부인(여성)이라는 사실을 지적한 댓글은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이어진다.

"결혼생활에서 행복을 느끼는 건 돌봄노동의 혜택을 누리는 쪽(남성)일 뿐 돌봄노동을 대가 없이 제공하기만 하는 쪽(여성)은 결혼제도 아래서 행복할 수 없다."

이 댓글 다음으로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을 쓴 여성은 동성 친구들이 모이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에 관해 썼다.

다들 "절대 다시는 결혼하지 않을 거야"라고들 해요. 남자들은 아기처럼 엄청나게 돌봐주고 챙겨줘야 하는 존재일 뿐이죠.

나는 댓글에서 보이는 결혼 회의론자들의 지적이 매우 일리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포함한 남자들은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물론 내가 이성 간의 결혼뿐 아니라 동성 간의 결혼도 존중받아 마땅한 소중한 결합이라고 믿는다는 점은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그러나 여기서 결혼에 관한 의문은 잠시 접어두고 한번 생각해 보자.

몇몇 여성 독자들이 제기한 결혼에 대한 불만은 대개 일화지만, 분명 산업화한 사회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문화적, 사회적 분화와 갈등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칼리티라는 연구기관이 전 세계 20개국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젊은 여성과 젊은 남성 사이의 정치적, 사회적 인식"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 국민을 상대로 한 비슷한 조사를 토대로 젊은 여성들은 매우 진보적으로 변했고, 젊은 남성들은 좀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고 썼다.

퓨리서치 센터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남성은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여성보다 공화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50% 더 높았다. 데이터를 보면 2014년에는 가장 보수적인 집단이 55~65세 남성이었지만, 지금은 나이 든 남성보다 젊은 남성이 전체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대체로 교육을 덜 받는다. 그래서 대학 학위를 딸 가능성도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낮은데, 이 점이 정치 성향의 차이를 낳는 원인으로 꼽힌다.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자기 삶이 팍팍한 이유를 페미니즘에서 찾으려는 사람이 생겨난다. "여성의 권리, 소녀의 권리를 증진하자는 운동이 너무 나갔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나이 든 남성보다 젊은 남성 사이에서 더 많이 나온다. 여성은 나이에 상관없이 저 명제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의 18~29세 남성 가운데 무려 45%가 남성이 차별받고 있다고 답한다. 나이든 남성 중에는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훨씬 더 적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남성은 점점 더 여성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거나 자신의 성공을 빼앗겼다는 분노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이들은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포퓰리즘의 속삭임에 넘어가기 딱 좋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렇고, 앤드루 테이트 같은 인터넷에서 유명한 여성혐오주의자가 인기를 끄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글로칼리티는 "전 세계적으로 극우 세력이 젊은 남성 사이에서 지지 기반을 빠르게 넓히고 있으며, 이미 이런 추세가 드러난 선거도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맷 게이츠 의원은 공화당이 여성을 적으로 돌려도 상관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어차피 그들은 남성 유권자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였다.

사실 정치에서 성별 격차는 매우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 브루킹스 연구소는 성별 격차 문제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다음과 같은 경고를 남겼다.
성별에 따른 여러 차이와 격차는 비단 정치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 문제는 좀 더 심각하고 잠재적으로 우려스러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전 세대에서 찾아볼 수 있던 사회적 유대감이 현재 젊은 세대 안에서는 눈에 띄게 줄었다. 자연히 연애도, 출산율도 줄어들 수 있으며, 사회의 결속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성별에 따른 정치적인 인식 차이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난 나라로 한국을 꼽을 수 있는데, 한국에선 젊은 남성의 80%가 남성이 역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2022년 당선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에는 반페미니즘 공약도 있었다. 반대로 한국의 여성들도 불만이 많다. 특히 결혼한 부부의 경우 가사 노동을 제대로 분담하지 않는 남편이 많다는 사실에 여성들은 분노한다. 한국의 페미니스트 중에는 남성과 결혼도 안 하고, 아이를 낳지도 않고, 연애는 물론 섹스도 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4B(비혼, 비출산, 비연애, 비섹스) 운동을 벌이는 이도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 해당하는 여성 한 명당 0.7까지 낮아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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