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실시된 프랑스 유럽의회 선거 출구조사 결과 극우 정당이 승리하자 시민들이 의회 해산과 이에 따른 조기총선 계획을 발표하는 마크롱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극우 정당들이 유럽연합(EU)의 전통적인 권력을 뒤흔들었다.”(AP통신)

“유럽의회 선거가 프랑스 정부를 넘어뜨렸다.”(폴리티코)

지난 6~9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결과, 극우 정당의 약진으로 바뀌게 된 유럽 정치 지형을 두고 나온 말들이다. 프랑스에선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참패한 중도 성향 르네상스당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조기 총선을 전격 발표했다. 독일에선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소속된 사회민주당(SPD)에 비해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약진해 조기 선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주원 기자

10일 외신들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의 유권자 3억7000만 명이 정당명부제 선거로 의원 720명을 선출한 이번 선거에서 중도 우파가 1위를 사수했으나,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인구 규모가 큰 국가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했다.

유럽의회가 이날 오후 발표한 잠정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제1당 격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6석(25.8%)을 얻어 제1정치그룹 지위를 지켰다. 기존 의석수(705석 중 176석, 25%)보다 비중이 소폭 늘었다.

제2정치그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4석(18.6%)을 차지, 의석 비중이 현재(19.7%)보다 소폭 줄었다. 제3그룹인 중도 ‘리뉴유럽’(자유당그룹·RE)은 현재 102석(14.5%)에서 크게 줄어든 79석(11.0%)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친환경 정책 추진에 앞장섰던 ‘녹색당-유럽자유동맹’(Greens/EFA)은 현재 71석(10.1%)에서 크게 줄어든 53석(7.4%)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김주원 기자

반면 강경우파 성향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현재 69석(9.8%)에서 73석(10.1%)으로, 극우 정치그룹 ‘정체성과 민주주의’(ID)는 49석(7.0%)에서 58석(8.1%)으로 의석이 늘었다. 현 의회와 비교하면 ECR과 ID 의석 총합은 13석 증가했다. 기존 정치그룹에 속하지 않은 AfD 등 무소속 극우·민족주의 성향 정당도 약진했다.

특히 프랑스에선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이 약 31.4%의 득표율로 압승할 전망이다. RN은 정치그룹 ID의 일원으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프랑스 단일 정당으로는 처음으로 30% 이상 득표율을 기록했다. 반면 2위인 르네상스당은 예상 득표율 14.6%로 RN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대국민 연설에서 “나는 투표를 통해 여러분에게 의회의 미래에 대한 선택권을 돌려주기로 결정했다”며 국회 해산을 발표했다. 이어 파리올림픽 전인 이달 30일 1차 투표, 내달 7일 2차 투표가 실시될 것이라고 했다. 폴리티코는 “마크롱의 정치적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고위험 도박”이라며 르펜의 급부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대선을 3년 앞두고 극우 돌풍을 차단하는 데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날 르펜은 “우리는 권력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022년 6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게 됐다.

극우의 약진 요인으로는 이민자 급증과 고물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조된 불만이 꼽힌다. 뉴욕타임스는 “유권자들이 민족주의와 정체성에 더 집중하게 된 데다 인플레이션, 값싼 러시아 에너지에서 멀어지게 만든 전쟁의 결과 등으로 우익 정당들이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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