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내달 4일(현지시간) 열리는 조기 총선을 앞두고 연간 172억 파운드(약 30조2000억원) 규모를 감세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집권 여당 보수당이 제1야당 노동당에 지지율이 크게 뒤지면서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영국 내에서는 감세 공약이 보수당을 구할 카드로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1일 영국 노샘프턴셔에서 열린 보수당 총선 선언문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1일 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잉글랜드 노샘프턴셔 실버스톤 서킷에서 '보수당 총선 정책공약 발표' 행사를 열고 재집권하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70억 파운드 규모를 감세하겠다고 했다.

가장 큰 감세 조치로 소득세 격인 국민보험(NI) 요율을 2%포인트 추가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보수당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NI 요율을 12%에서 8%까지 인하했다. 또 복지 지출을 삭감하고 조세 회피 단속을 강화해 재정을 충당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수낵 총리는 감세 공약을 통해 집권 시 주로 증세를 해온 노동당과의 차별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한 유고브 여론조사에서 보수당(18%)은 노동당(38%)에 지지율이 약 20% 포인트 뒤처져 있다. 수낵 총리는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여러분에게 어디에 쓸지도 말하지 않았는데 백지 수표를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유권자에게 호소했다.

반면 노동당은 세금 인상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낵 총리의 감세안이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지난 2022년 섣불리 추진해 재정 위기를 일으킨 대규모 감세안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트러스 전 총리는 당시 후폭풍으로 재임 44일 만에 퇴임해, 영국 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기록을 남겼다.

수낵 총리의 감세 공약에 표심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은 많은 영국인이 여전히 트러스 전 총리 재임 기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서 감세보다는 공공 서비스에 대한 변화와 더 많은 투자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내에서도 수낵 총리의 감세안이 당의 운명을 바꾸는 데는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일부 보수당원들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도했던 영국의 극우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의 도전을 막기 위해 대담한 공약을 원했는데 그렇지 못해 실망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지난 3일 패러지는 이번 총선에 극우 성향의 영국개혁당(Reform UK) 후보로 잉글랜드 남동부 해안 도시 클랙턴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비슷한 성향의 정당인 보수당엔 큰 악재로 꼽힌다. 영국개혁당과 보수당이 서로의 표를 분할해 많은 의석을 노동당에 넘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년간 집권했던 보수당이 노동당, 영국개혁당에 이어 3위 정당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날 유고브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은 17%로 2위 보수당을 1%포인트까지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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