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에는 돼지고기를 비롯해 다양한 해산물과 갖가지 채소도 들어간다. 그리고 조금 고급이다 싶은 짬뽕에는 죽순을 넣기도 한다. 짬뽕에 왜 죽순일까?

팔보채(八寶菜)는 한자 이름만으로 보면 여덟가지 보물같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라는 뜻이다. 이런 팔보채에서 많이 보이는 채소가 죽순이니 뒤집어 말하면 죽순은 곧 보물같은 채소다.

죽순볶음

짬뽕과 팔보채 같은 우리나라 중국음식을 예로 들었지만 본토의 중국 음식에도 죽순이 정말 많이 들어간다. 음식점 요리뿐만 아니라 집에서 먹는 가정식(家常菜)에도 죽순으로 만든 음식이 많은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죽순 절임(筍菹)도 있고 단순히 죽순을 볶은 죽순볶음(淸炒竹筍), 죽순고기볶음(竹筍炒腊肉)도 있다.

어쨌든 중국 음식에는 너무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죽순요리가 발달했다.

죽순요리가 많다는 것은 중국인들이 그만큼 죽순을 좋아한다는 뜻이겠는데 중국사람들 혀끝으로만 죽순요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로도 사랑해 옛날부터 죽순 예찬이 그치지 않았다.

그 대표적 인물이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식가라는 송나라 시인 소동파다. 돼지고기를 좋아해 중국의 국민음식이라는 동파육(東坡肉)을 만들어냈다는 확인되지 않은 전설까지 생겨났지만 소동파의 죽순 사랑에 비하면 까짓 돼지고기는 아무것도 아니다.

당송팔대가 중 한명으로 꼽히는 유명한 시인인 만큼 소동파도 죽순을 놓고 시를 읊었는데 밥에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으나 사람 사는 곳에 죽순이 없으면 안된다고 했다. 고기가 없으면 사람이 수척해질 뿐이지만 죽순이 없으면 선비가 속(俗)되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수척해진 사람은 살을 찌우면 되지만 선비가 속되면 바로잡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먹는 음식을 넘어 죽순을 아예 선비의 정신적 기둥으로 삼았다.

어쨌거나 겨우 죽순 하나 놓고 선비 정신 운운하며 추상적인 소리를 하고 있으니 그다지 공감은 가지 않는다. 대신 소동파보다 약 100년 뒤 사람인 12세기 말 남송의 시인 육유(陸游)가 죽순 맛을 극찬했다. "옥빛의 고양이 머리 죽순, 그 맛이 낙타등(駝峰)과 소꼬리(牛尾), 성성이 입술(猩脣)에 뒤지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묘두순(猫頭筍)은 그 생긴 모양이 마치 고양이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절강성에서 나오는 특산 죽순이라고 한다. 먹는 죽순 모습이 고양이 머리 닮았다는 것도 엽기적인데 하필이면 그 맛을 낙타등과 소꼬리, 원숭이과 동물인 성성이 입술 맛에 비유했으니 엽기를 넘어 까무러칠 것 같지만 꼭 그렇게 볼 것도 아니다.

모두 고대의 팔진미(八珍味)에 속했던 것들로 소꼬리야 우리도 즐겨 먹는 음식이고 성성이 입술은 조금 그렇지만 낙타등은 우리한테 낯설지만 중동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지금도 별미로 꼽는다고 한다. 어쨌든 한마디로 죽순이 엄청 맛있다는 칭찬이다.

그런데 왜 소동파와 육유 등 유독 송나라 시인들이 죽순을 노래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것일까? 우연일 수도 있지만 송나라 때 죽순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송나라는 거란의 요, 여진의 금나라에 밀려 양자강 이남으로 쫓겨온 나라다. 이른바 강남은 강과 호수가 많고 습도가 높아 대나무가 울창한 지방이니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처럼 죽순도 많았고 그렇기에 죽순 요리가 발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단순히 죽순이 많다고 죽순요리가 발달했던 것은 아니고 고대로부터 중국에서는 죽순을 특별하게 여겼던 것도 이유다.

예컨대 춘추시대에는 죽순이 천자의 연회상에 올랐던 황제의 요리였다. 주나라의 예법을 적은 『주례(周禮)』에는 두(豆)라는 그릇에 죽순 절임(筍菹)과 생선 젓갈(魚醢)을 놓는다고 나온다.

여기서 두(豆)는 콩이 아닌 그릇이라는 뜻인데 주로 천자의 연회상이나 하늘에 올리는 제례상에 놓는 그릇이었으니 죽순이 곧 천자의 음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죽순을 왜 그토록 높게 평가했는지는 1세기 무렵의 사전인 『설문(說文)』의 풀이에서 유추해 볼 수 있다. 죽순은 대나무에서 태어나니 뿌리는 대지를 뚫고 나오고 이슬을 마시며 자라기에 생명력의 상징으로 보았다.

그렇기에 죽순은 아픈 사람도 살리는 특효약이었고 효도의 상징이었다. 『남제서(南齊書)』 효자열전에 영철이라는 사람의 모친이 병이 나자 영철이 몸을 굽혀 기도했다. 그러자 꿈에 노인이 나타나 남산에 올라 죽순을 캐어 먹으면 병이 씻은 듯이 나을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따라 어머니의 병을 고쳤다고 한다.

빙리설순(氷鯉雪荀)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는데 삼국시대 오나라의 맹종이라는 효자가 겨울에 눈 내린 땅에서 죽순을 캐어 어머니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다.

이렇듯 죽순은 생명력의 상징이고 천자의 음식이었으니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죽순을 귀인의 밥상에 올리는 별미로 여겼다고 한다. 혹시 죽순 음식 먹을 때 알아두면 나쁠 것도 없겠다.

윤덕노 음식문화 저술가

더차이나칼럼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