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세계 최대 두리안 수입국이자 소비국으로 중국의 두리안 수입은 전 세계 두리안 소비량의 82%를 차지한다.

숙성기를 맞은 열대 과일 계의 '여왕' 두리안이 5월 들어 중국 시장에 대거 유통됐다. 그런데 여느 때와 달리 가격이 반토막이다. 불과 한 달 만에 킬로그램당 가격이 60위안(약 1만 1100원)에서 20위안~30위안(약 3700~56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번 가격 인하는 올해 3월 말부터 시작됐다. 근당 45위안(약 8500원)이었던 두리안 도매가가 5월에는 약 25위안(약 4700원)까지 떨어졌고 중국 베이징에 있는 슈퍼마켓, 과일가게, 동네 시장에서 판매되는 두리안도 기본적으로 개당 30위안이 안 되는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일부 기관은 태국의 주요 두리안 생산지의 지속적인 고온과 가뭄으로 두리안 전체 생산량이 감소해 시장 가격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었다. 그러나 6월에 오히려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수입 물량이 몰린 것이 주효했다.

2022년 세계무역기구(WTO)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 두리안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중국의 두리안 수입은 전 세계 두리안 소비량의 82%를 차지한다. 두리안 가격 하락은 중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의 경쟁에서 비롯됐다. 2022년 중국이 수입한 두리안 82만 5000톤 중 95%가 태국에서 왔다. 그런데 같은 해부터 중국이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에서 중국에 생 두리안 수출을 허용하기 시작했고 태국은 현재 중국의 생 두리안 시장을 독점하기 어렵게 됐다. 베트남 두리안은 출시 가격부터 태국 두리안보다 많이 저렴했다고 한다. 덕분에 두리안 애호가들은 '두리안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고 그 뒤를 이어 ‘두리안 랜덤 박스’ 열풍이 다시 불고 있다.

두리안 랜덤 박스란 뭘까? 

630만 5000명이 '두리안 랜덤 박스'라이브 방송을 보고 있다.

'함께 두리안 랜덤 박스를 열어보자'
'두리안을 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다.'
'두리안 랜덤 박스는 도박이다. 칼질 한 번으로 부자가 될 수도, 가난해질 수도 있다.'

두리안 애호가들은 두리안 하나를 통째로 사서 여는 것을 ‘랜덤 박스 개봉’에 비유한다.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두리안은 껍질을 까기 전까진 과육이 얼마나 많고 적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중국 네티즌은 ‘두리안 랜덤 박스’ 개봉기를 SNS에 공유하는데 열어 보니 속이 잘 익고 과육이 꽉 찼으면 ‘두리안이 은혜를 갚았다’라며 자랑하고, 과육이 바싹 말라 쪼글쪼글하면 ’두리안이 복수를 했다’라며 다른 두리안을 찾아 나선다.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 두리안은 껍질을 까기 전까진 과육이 얼마나 많고 적은지 알 수 없다.

시장에 두리안이 넘쳐나는 두리안 시즌을 맞아 올해는 두리안 라이브 방송이 중국에서 인기다. 두리안 랜덤 박스 열풍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5월 20일 기준, 타오바오(중국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C2C 플랫폼)의 두리안 라이브 커머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티몰(중국 알리바바 그룹 산하의 B2C 플랫폼)의 618 쇼핑 행사 첫날 두리안 라이브 커머스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5%, 왕훙 라이브 커머스 매출은 120% 증가했다.

타오바오 두리안 라이브 방송에서는 냉동 두리안 위주로 판매하는 타 온라인 플랫폼과는 달리 신선한 두리안을 주로 판매한다. 당연히 두리안의 품질 및 주문 처리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높다. 올해 3월부터 타오바오 티몰 신선식품 업계는 20여 명의 전문 쇼호스트를 영입했는데 그중 쇼호스트 '과일 아저씨'는 첫 방송 3시간 만에 신선한 두리안 2000개를 판매했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두리안', 구매자들의 오락거리로 등극 

최근 중국 SNS에 '두리안 매물 정보' 사진이 많이 보인다.

두리안 상세 정보: 인기 많고 살기 좋은 4베드룸은 크고 과육이 두꺼운데 씨는 작아 주거율이 높다. 

타오바오 두리안 라이브 방송을 통해 두리안을 주문하면 '실용적인 3베드룸', '살기 좋은 4베드룸', '방 다섯 개짜리 호화 저택' 등 두리안 안에 방이 몇 개가 있는지 표시된 집문서를 함께 보내준다. 집문서에는 기본적으로 두리안 안에 방이 몇 개인지 적혀 있는데 기본 옵션은 양쪽에 방 세 개씩이지만 가끔 방이 몇 개 더 들어있는 때도 있다고 한다. 두리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두리안 자랑도 할 겸 함께 받은 '집문서'를 SNS에 공유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라이브 방송으로 구매한 두리안에 ‘집문서’가 딸려 오더라며 즐거워했다.

중국 SNS에 올라온 '두리안 집문서' 인증 사진

두리안도 '방'에 따라 타입이 나뉘나요?
스물다섯인 내가 어떻게 하루 만에 집 세 채를 샀을까?
스물넷에 열 개가 넘는 집문서를 갖게 된 소감

점점 더 많은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신선한 두리안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 링링허우(零零後·2000년대 이후 출생자)인 샤오첸(小陳)은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을 통해 두리안을 구매하는 것이 생각보다 편리하다고 말했다. 타오바오에서 본 두리안을 라이브 방송에서 무게까지 확인한 뒤 주문하면 그대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다. 쇼호스트가 카메라 앞에서 과일을 하나하나 직접 보여준다고 한다. 제품 출고부터 소비자가 수령하기까지 채 72시간이 걸리지 않으며 두리안 속 방 개수도 보장되어 있어 만약 방 하나가 모자라면 모자란 만큼 배상도 받을 수 있다.

샤오첸은 타오바오 라이브 방송에서 두리안을 3개 주문했는데 모두 방이 세 개인 ‘스위트룸’이었으며 각각의 방이 크기도 크고 가격도 합리적이었다고 한다. 직접 비교해 보니 당시 티몰 618행사 기간이라 방 세 개가 있는 황금 배게 두리안(Golden Pillow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두리안)이 개당 69위안(약 1만 3000원)으로 동네 과일 가게보다 10~20위안(약 1900~3700원) 저렴했다고 한다.

한편, 타오바오 티몰 식품 신선식품 산업 관계자는 두리안 방 수, 배송 시간, 두리안 숙성도 등 두리안 온라인 구매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흥미롭게 불식시키기 위해 주요 라이브 커머스 방송 상인과 손을 잡고 '두리안 매물 정보'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박지후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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