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에서 12살 유대인 소녀가 집단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져 사회 전체의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조기 총선 결정으로 비판을 받아 온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최근 여러 악재를 한꺼번에 맞닥뜨리며 처지가 더욱 곤란해졌다.

19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프랑스 매체들에 따르면 전날 파리 경찰은 10대 소년 세 명을 집단 성폭행과 반유대주의 모욕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15일 파리 외곽의 한 공원에서 12세 유대계 소녀를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한 혐의를 받는다. 세 사람은 피해자를 창고에 가두고 ‘더러운 유대인’이라는 욕설을 내뱉으며 수 차례 폭행과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 17일 피의자 세 명을 붙잡아 조사한 뒤 두 명을 구금했다. 다른 한 명은 강간 혐의가 적용되지 않아 일단 풀려난 상태다.

프랑스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10대 초반의 청소년이라는 점,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반유대주의 행위가 잇따른 탓에 시민들의 우려가 쌓여왔다는 점이 분노를 키웠다. 프랑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유대인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날 프랑스 파리와 리옹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 범죄”라고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유대인이라서 당했다” “당신의 여동생일 수도 있었다”고 적힌 팻말을 들고 반유대주의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19일(현지시간) 파리 시청 광장 앞에 12세 유대인 소녀에 대한 집단 성폭행 사건을 “반유대주의적 범죄”라고 규탄하는 시위대가 모여 있다. AFP연합뉴스

갈등은 총선을 열흘 가량 앞둔 정치권에도 번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극우 국민연합(RN)은 좌파 진영이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공격했다. RN 소속 마린 르펜 의원은 “극좌 정당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도구 삼아 유대인을 향한 낙인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급진좌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는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가장 앞장서서 규탄하면서도 반유대주의 범죄에 있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 점을 노려 공세를 편 것이다. 이를 의식한 LFI도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반유대주의적인 인종차별”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마크롱 대통령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는 이날 열린 각료회의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혐오 감정이 학교에 침투하지 않도록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을 다루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총선을 앞둔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가 이번 사건으로 험악해지고 있다”면서 이를 의식한 마크롱 대통령이 사건을 재빠르게 규탄하며 대응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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