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인프라는 모든 걸 일본에서 가능하도록 하라."
일본의 유력 정치인이 손 마사요시(孫正義·67, 한국 이름 손정의)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에게 이처럼 사실상 라인야후의 경영권 확보를 종용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21일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총무성 측을 인용해 손 회장이 자민당의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장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시기는 총무성이 라인야후 측에 두 차례 행정지도에 나섰던 지난 3월과 4월을 전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아마리 본부장이 손 회장에게 "방법은 그쪽(소프트뱅크)이 선택하는 것이지만, 일본의 인프라(기반시설)는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부터 모두 일본 국내에서 이뤄지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경제통인 아마리 본부장은 13선(중의원)의 간사장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이다.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당시 아마리 본부장은 자신의 우려를 손 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신문에 따르면 "(메신저인) 라인은 일본에서 약 9700만명이 사용한다. 행정서비스에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아 (라인은) 국민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기반시설이다. 확실히 투자해 데이터를 보호하는 체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국가적인 리스크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손 회장은 "제가 책임지고 하겠다"고 답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총무성은 미야카와 준이치(宮川潤一)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CEO)를 따로 불러 사실상 네이버의 출자 비율을 낮추고 경영권을 소프트뱅크로 옮겨달라고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뱅크의 한 간부는 마이니치에 "자본 구성을 재검토하라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느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마이니치는 "민간 기업의 자본 구성에 정부가 개입하고, 한 달 안에 행정지도가 두 차례나 이뤄진 건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초조함이 엿보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인은 일본에서 워낙 국민적인 앱이 된 데다 지난해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겪자 일본 정부의 위기감이 높아졌다"고 했다.

한국 경제를 연구하는 오쿠다 사토시(奥田聡) 아세아대 교수는 "단지 통신앱 정도로 여겼던 라인이 기간 인프라로 급성장해 버려, 정보 유출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인 것"이라며 "다만 일본 정부는 일본과 관계가 좋은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악화는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마이니치에 말했다.

앞서 총무성은 약 52만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이유로 지난 3~4월 라인야후 측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라인야후는 지난 3월 1차 행정지도를 받은 뒤 네이버에 위탁하는 업무를 줄이고, 2026년 12월까지 시스템을 분리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재발방지안을 총무성에 제출했다. 하지만 여기에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 내용은 빠졌다. 그러자 총무성은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효성도 불충분하다"며 4월에 행정지도 명령을 다시 내렸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출자해 만든 A홀딩스(지분율 64.4%)다. 현재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간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다. 총무성이 라인야후 측에 제시한 행정지도 관련 개선안 제출 시한은 다음 달 1일이다.

"인간 지능 1만배 초인공지능 10년 뒤 실현"

한편 손 회장은 지난 21일 소프트뱅크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간 지능의 1만 배에 달하는 초인공지능(ASI)을 10년 뒤에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해온 사업은 전부 준비운동이고 ASI를 활용해 인류를 진화시키는 게 소프트뱅크의 사명"이라 며 "ASI가 현실화해 로봇과 연결되면 청소·쇼핑 등 다양한 물리적 작업을 인간 대신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손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 중앙포토

손 회장은 또 "(미국 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에 대한 인수와 투자를 검토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라인야후의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 문제 등에 관해선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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