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만장자 10명 중 6명이 초고액 자산가에 대한 증세를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퍼리치 증세'를 통해 불평등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는 취지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는 최근 주택을 제외한 자산 100만 달러(약 14억원)가 넘는 미국인 800명을 대상으로 소득세 최고 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연 1억 달러(약 1400억원) 이상의 소득에 대한 최고 세율을 현재 37%에서 상향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열린 억만장자들에 대해 더 높은 세율을 요구하는 시위. EPA=연합뉴스

응답자의 60%는 "부의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봤다. 또 91%는 "부의 지나친 격차로 일부 자산가들이 돈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살 수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75%는 "부자들이 일반 납세자들은 할 수 없는 허점과 전략을 이용해 소득 신고나 세금 납부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 조사는 고액 자산가로 구성된 진보 성향 단체 '애국하는 백만장자들'의 의뢰로 진행됐다. 이 단체의 모리스 펄 대표는 "미국의 백만장자 대부분이 현재 목격하는 불평등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너무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AFP=연합뉴스

부자 증세는 오는 11월 미 대선의 주요 쟁점 중 하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자산 1억달러 이상인 부유층에게 부유세 25%를 거두고, 소득세 최고 세율을 현행 37%에서 39.6%로 상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 재임 시절 실시한 감세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첫 해인 2017년 소득세 최고 세율을 39.6%에서 37%로 낮췄다.

FT는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의 초갑부들에 대한 증세 계획이 미국의 상류 중산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신호"라고 전했다. 앞서 지난 1월 17개국 250명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들은 자신과 같은 '수퍼리치'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을 촉구했다. 당시 디즈니 상속자인 애비게일 디즈니와 록펠러 가문의 발레리 록펠러, 할리우드 유명 배우겸 시나리오 작가인 사이먼 페그 등은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참석자들을 향해 공개 서한을 통해 "부의 불평등으로 인한 경제, 사회적 안정에 대한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는 만큼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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