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추락 사고로 숨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후임을 선출하는 이란 대선 레이스에서 3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외신들은 28일 대선을 앞두고 보수파 후보 2명이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개혁파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외교관 출신인 사이드 잘릴리(59) 전 이란 핵협상 수석대표(36.7%), 혁명수비대 공군사령관 출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63) 국회의장(30.4%), 의사 출신 마수드 페제시키안(70) 의원(28.3%) 순으로 지지율이 높았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측근인 잘릴리는 최고국가안보회의 의장을 지낸 강경 이슬람 이념가로 평가받고 있다. 경찰청장·테헤란 시장을 역임한 갈리바프는 2003년 학생 민주화 시위 때 실탄 발포를 명령한 인물로 알려졌다.

페제시키안은 이란 헌법수호위원회가 대선 출마자 80명 중 최종 후보로 승인한 6명 가운데 유일한 개혁파다. 뉴욕타임스(NYT)는 헌법수호위원회가 그를 후보군에 남겨둔 이유에 대해 “투표율을 높이려는 정부 계획의 일부”라고 분석했다. 페제시키안은 심장외과의 출신으로 타브리즈 의과대학 총장을 지냈다. 2022년 히잡 시위 당시 이란 여성 복장을 규제하는 도덕 경찰과 정부 강경 진압을 비판하면서 “강압적인 방법으로는 신앙을 강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란 보수파는 이슬람 교리 원칙을 고수하고, 개혁파는 정치적 자유와 사회적 변화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반정부 성향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널은 지난 11~13일 진행된 여론조사를 인용해 투표 의향이 있는 유권자 중 부동층이 62%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남은 3명의 후보인 알리레자 자카니 테헤란 시장, 무스타파 푸르모하마디 전 내무장관, 아미르호세인 가지자데 하셰미 부통령 등이 막판에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수층 표 분산을 막기 위해 보수파 후보 중 일부가 물러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투표 결과는 30일까지 집계될 수 있으나 과반수를 차지한 후보가 없으면 결선투표를 치르게 된다.

인구 9000만 명의 이란에서 대통령은 권력 구도상 서열 2위이고, 군 통수·행정·사법의 최고결정권자는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다. 라이시 전 대통령이 하메네이를 이을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던 데서 보듯 차기 대통령 선출은 이후 최고지도자 계승 문제와도 연결된다.

NYT는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등 경제적 어려움, 미국이 주도하는 제재, 여성의 권리”라며 “내부 시위와 미국·이스라엘과의 긴장 속에서 이란이 대통령 사망에도 흔들림 없이 대처할 수 있음을 보여줄 기회”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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