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TV 토론 [사진=AP=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이하 현지시간)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실시된 TV토론에서 만났다.

초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뤄진 TV토론인 만큼 팽팽한 승부가 예상됐으나 외신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자라고 평가를 내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민주당 내에서는 후보를 교체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4년만 토론 맞대결.. 바이든 "트럼프 때 경제 무너져" vs 트럼프 "인플레이션 대응 못해"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동부시간 오후 9시 CNN 스튜디오에 냉랭한 분위기로 들어섰다. 두 사람이 한자리에 모인 건 4년 전 마지막 대선 토론이 열린 2020년 10월 22일 이후 처음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두 후보는 이날 경제, 낙태, 불법 이민, 민주주의, 기후변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 복지, 마약 등 여러 주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첫 주제인 경제 문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공세를 펼쳤다. 그는 "트럼프 시기 미국 경제는 자유낙하 중이었다. 코로나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며 "경제가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8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를 부각한 뒤 "아직 해야할 일이 더 있다"고 자신의 재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제를 갖고 있었다"고 반박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매우 형편없게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계 최고 경제였다'는 발언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그뿐이다"면서 "그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감세를 했으며 허버트 후버 대통령을 제외하고 임기 중 어떤 대통령보다 더 큰 재정적자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넘도록 허용한 사람들에 의해 많은 젊은 여성이 살해됐다"며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경을 갖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러면서 "그(바이든 대통령)는 국경을 감옥, 정신병원, 테러리스트 등에게 개방했고 그들(불법 이민자)은 여성들을 강간하고 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발동한 행정 조치를 거론하며 "지금은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이 40%나 줄었다"면서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백악관을 떠났을 때보다 더 나아졌다"고 반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그들(불법 이민자)을 환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과장하고 있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가 말한 것을 뒷받침하는 아무 데이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낙태 문제 두고 설전.. 트럼프 "주 정부가 판단해야" vs 바이든 "낙태권 제한 끔찍"

우크라이나 지원·중동 문제도 충돌.. 트럼프 "바이든, 제3차대전 일으킬 것"

두 사람은 낙태 문제를 놓고도 충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태 문제와 관련,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이 한 것은 '끔찍한 일'(terrible thing)"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된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 권리를 인정한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지난 2022년 6월 폐기하도록 결정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로 앤 웨이드' 판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주지사가 재임하던 주에서 임신 8, 9개월의 태아, 심지어 출생 후 아기를 죽이는 일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주(州)별로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라면서 낙태약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며, 대통령이 되면 낙태약에 대한 접근을 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극명하게 대립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해 "그가 미국에 올 때마다 600억달러(약 82조원)를 받아 간다. 그는 최고의 세일즈맨이다"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내가 1월 20일 취임하기 전에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젤렌스키 간에 전쟁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영토 포기를 요구하는 푸틴의 휴전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푸틴은 전쟁 범죄자"라며 푸틴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본과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50개 다른 국가가 우크라를 지원하는데 그들은 이게 전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은 현재 중동 사태 해결에 대해 자신이 지난 5월 제시한 3단계 휴전안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바이든이 "팔레스타인 같아졌다"고 비난했다.

"최악의 대통령" "중범죄자" 인신 공격.. 한국·삼성·김정은도 소재로 등장

두 사람은 토론에서 상대방의 건강 문제를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올해 81세인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나이에 대한 우려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이 사람은 나보다 세 살 어리지만 (나보다) 훨씬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두 차례 인지력 테스트를 받았으며 두 번 다 만점을 받았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그는 하나도 (테스트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두 번이나 (골프) 클럽 챔피언십에서 승리했다. 그렇게 하려면 여러분은 상당히 똑똑해야 하고 공을 멀리 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바이든 대통령)는 골프공을 50야드도 못 친다"고 공격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만약 골프가방을 직접 들고 다닐 수 있다면 기꺼이 골프를 같이 치겠다. 그것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최악의 대통령"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주고 받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은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더 이상 나라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바이든 대통령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받아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돈 의혹과 관련해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을 거론, "이 무대에서 유일하게 유죄를 인정받은 중범죄자"라고 지적했고, "아내가 임신한 밤에" 여성을 추행하고 포르노 스타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총기 불법 소지 등의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은 것을 거론, "그의 아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유죄를 인정받은 중범죄자"라고 맞받았다.

TV토론에서는 한국과 삼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임 중 수많은 일자리와 투자를 유치했다면서, 특히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한국으로 향했고, 삼성이 미국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도록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미국의 현재 국력을 강조하면서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이며 약속을 지키고 모두가 신뢰하는 국가다. 트럼프가 러브레터를 보낸 김정은부터 푸틴 등등 트럼프가 애지중지하는 이들은 우리를 건드리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도 "중국의 시진핑 주석, 북한의 김정은, 푸틴 등은 바이든을 존중하지 않는다. 바이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바이든과 아무 친분이 없고, 바이든은 우리를 3차 대전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공격했다.

미 언론 "트럼프 승리".. 긴급 여론조사 "트럼프 잘했다" 67%

민주당 내부 '후보 교체설'까지 분출

이날 토론회가 끝난 후 대부분의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감기에 걸린 바이든 대통령은 쉰 목소리로 자주 말을 얼버무리거나 더듬으면서 고령 리스크를 고스란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종일관 차분한 어조로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CNN이 토론 후 진행한 긴급 설문에서 응답자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토론 승자로 꼽았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도 거짓말을 반복하고,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토론을 주최한 CNN은 "바이든은 토론에서 불안정해 보였고, 트럼프는 거짓을 반복했다"고 90분간의 토론을 한 줄로 요약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바이든은 고전했고, 트럼프는 질문을 회피했다"며 비슷하게 평가했다.

AP통신은 "바이든은 토론회 초반부터 바이든은 여러 개의 말실수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도중 입을 벌리고 말을 이어가지 못한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대형사고"라고 평가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과 정신적 명민함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대신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다"며 "바이든이 민주당 후보로서 선거를 이어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바이든이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출신인 밴 존스는 CNN에 출연해 토론을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며 "바이든을 사랑하고 같이 일한 적도 있지만, 그는 전혀 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을 지낸 훌리안 카스트로도 CNN에 "바이든 대통령은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며 "기준 자체가 매우 낮았는데, 그조차 넘지 못했다. 트럼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만큼 강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

토론 직후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 후보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NYT에 따르면 토론이 시작된 지 몇분 되지 않아 바이든이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명백해지자, 행정부 구성원을 포함해 바이든을 수개월간 방어해온 측근들의 전화통은 서로 주고 받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불이 났다.

일부는 절망에 빠져 소셜미디어에 그들이 받은 충격을 표현했고, 일부는 젊은 사람에게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하라고 바이든 대통령을 설득하기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닌지 논의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지난 2000년 민주당의 대선 경선 후보였던 앤드류 양은 토론이 끝나기 전 소셜미디어에 "조를 교체하자"(#swapJoeout)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은 다른 이를 대선 후보로 뽑아야 한다"고 적었다.

익명의 민주당 의원은 파이낸셜타임즈에 "많은 하원 의원들이 오늘 밤 바이든이 재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음을 발표해야한다고 서로 비공개 문자를 보냈다"며 "새로운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직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수석 고문 데이비드 액슬로드는 CNN에 바이든이 일부 정책 문제에서 점수를 획득했지만 "그가 계속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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