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순직 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가 29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호주 공영방송인 에이비시(ABC)도 이날 “이종섭 대사가 취임 한 달도 안 돼 사임 의사를 밝혔다”며 관련 소식을 전했다.

호주 에이비시는 ‘주호주 한국 대사, 취임 한 달도 안 돼 사의 표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사의 사의 표명을 보도했다. 이 대사는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된 뒤 10일 호주로 출국했으나 ‘수사 회피’ 의혹이 일자 열하루 만인 21일 방산협력 회의 참석을 이유로 일시귀국한 바 있다. 이 대사는 이날 오전 변호인을 통해 “외교부 장관께 주호주 대사직을 면해주시길 바란다는 사의를 표명하고 꼭 수리될 수 있도록 해주실 것을 요청드렸다”고 밝혔다.

방송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이 대사가 받고 있는 의혹, 그가 호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야권의 반발 등도 전했다. 방송은 “이 대사는 본국에서의 부패 수사(corruption probe)를 앞두고 있다”며 “그는 한국 병사의 익사 사건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호주 도착) 10일 만에 본국으로 강제로 귀국했다(forced home)”고 보도했다.


이 대사의 임명에서 출국까지의 일련의 과정이 4월10일 열릴 총선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방송은 “(이 대사의) 임명이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매우 논쟁적이고 정치적으로 유해하다(politically poisonous)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윤 대통령의 정당(국민의힘)은 의석을 따내고 과반을 차지하기 위해 필사적(desperate)”이라고 설명했다.

해병대 예비역들이 이 대사의 임명과 출국을 비판하고 있다는 사실도 담았다. 방송은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을 인터뷰하고 “그의 임명은 채상병 사건 수사에 부적합할뿐 아니라 양국 관계에도 해로웠다. 중대한 외교적 실수였다”는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방송은 마지막으로 “전 국방장관(이 대사)은 신임장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호주 외교통상부는 이 대사의 임명을 환영했었다”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대통령 신임장 수여식도 갖지 않은 채 호주로 출국한 뒤 신임장 사본을 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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