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 귀환선의 선체 오픈식이 오후 중국우주항공과학기술그룹(CASC) 제5연구원에서 열렸다. 신화통신

지난 25일 중국 달 탐사선 창어(嫦娥) 6호 귀환선이 달 뒷면에서 1935.3g의 샘플을 채취해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 쓰쯔왕(四子王)기의 예정 구역에 무사히 착륙했다. 인류 최초로 달 뒷면 샘플을 채취하고 귀환한 사례다. 창어 6호는 발사 후 53일 동안 11개 비행 단계를 거치며 달 역주행 궤도 설계∙제어, 달 뒷면 샘플 스마트 쾌속 채취, 달 뒷면 이륙∙상승 등 핵심 기술을 달성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하면 세계 최대 짝퉁 양산국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이런 인식의 주요한 원인은 핵심 기술의 부재였다. 중국이 보유한 거대한 저가 노동력은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의 디자인을 베끼거나 원천 기술을 흉내내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랬던 중국이 10년 만에 인공지능(AI), 전기차, 전자상거래 플랫폼, 우주 탐사 분야에서 강국으로 떠올랐다. 특정 기술은 앞서기까지 한다. 첨단 기술은 기초나 기반 없이 구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성과가 더욱 놀랍다. 중국이 미국, 러시아 등 우주 강국도 해내지 못한 달 뒷면 탐사에 성공할 수 있었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과학 강국을 향한 중국의 빌드업(예비 작업) 과정을 살펴봤다.

폭발적 성취의 주요 동인은 ‘돈’
연구기관, 장비, 연구원에 아낌없는 투자 

국제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스프링거 네이처는 지난달 18일 2023년 세계 연구 성과를 종합한 연간 지표를 토대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 ‘네이처 인덱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전체 순위에서 미국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연구선도 학술기관 순위에서 10위권내 중국 연구 기관은 총 일곱 곳*으로 집계됐다. 2016년 동일 지표에서 10위권 내 중국 기관이 중국과학원(CAS) 단 한 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중국과학원, 중국과학원대학교(UCAS), 중국과학기술대학교(USTC), 베이징대, 난징대, 저장대, 칭화대)

2023년 세계 연구 성과를 종합한 연간 지표를 토대로 국가별 순위를 매긴 ‘네이처 인덱스’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중국은 올해 전체 순위에서 미국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이자 과학전문기자인 에인슬리 존스톤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런 성취를 거둘 수 있었던 주요 동인은 돈(자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연구에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연구개발 지출은 2000년 이후 16배 증가했다. 이 돈은 과학 분야 대학 육성과 최첨단 장비 구매 및 실험실을 조성하는 데 쓰였다”며 “미국, 유럽 등으로 나갔던 연구자들에게 첨단 장비와 시설이 갖춰진 중국의 실험실은 큰 메리트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인재에게는 최고 영예 '원사' 호칭 부여
국가가 나서서 과학 인재 치하 

2024년 5월 13일 우한(武漢)대학에서 강의중인 리더런. 신화통신

2024년 6월 13일 칭화대학 저차원양자물리 국가중점실험실에서 실험 장비를 조작하는 쉐치쿤. 신화통신

더 나아가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과학기술분야 인재들의 성과와 노고를 대대적으로 치하한다. 지난달 24일 전국과학기술대회, 국가과학기술장려대회, 중국과학원 제21차 원사(院士·academician, 중국 공학‧과학 발전에 기여한 인물에게 중국공산당이 최고의 영예로 부여하는 칭호)대회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대회에 참석해 국가최고과학기술상 등을 직접 시상하고 연설을 통해 “2035년 과학기술 강국 건설’의 전략적 목표를 확고히 하고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자립·자강을 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국가과학기술상은 총 250개 수상 프로젝트와 12명 수상 과학기술 전문가를 선정했다. 국가과학기술상은 ▷국가최고과학기술상 2명(우한대학 리더런(李德仁) 원사와 칭화대학 쉐치쿤(薛其坤) 원사) ▷국가자연과학상 49개(1등 1개, 2등 48개) ▷국가기술발명상 62개(1등 8개, 2등 54개) ▷국가과학기술진보상 139개(특등상 3개, 1등 16개, 2등 120개)로 구성된다. 중화인민공화국 국제과학기술협력상은 10명의 해외 전문가에게 수여됐다.

시 주석은 최근 중앙과학기술위원회(과기위원회) 사령탑에 최측근인 딩쉐샹 국무원 부총리를 임명했다. 과기위원회는 과학기술 사업에 대한 시 주석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신설된 기구다. 시 주석은 미국의 제재가 강해질수록 첨단 기술 분야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도 핵심 역할  
국유자본 펀드가 신흥산업 발전의 마중물 

중앙기업(중앙정부의 관리를 받는 국유기업) 산업그룹도 중국 과학기술의 상용화 및 산업화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광핵그룹, 중국건축자재그룹, 중국우주항공과학기술그룹, 중국희토그룹 등 분야도 다양하다. 최근 돋보이는 중국 우주 굴기에는 중국건축자재그룹의 역할이 컸다. 중국건축자재그룹은 유인 우주선, 달 탐사 프로젝트, 대형 항공기 등에 사용되는 신소재를 자체 개발하고 123m 길이의 풍력 터빈 블레이드와 0.12㎜ 두께의 터치스크린 유리를 생산하는 곳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중국건축자재그룹은 연구개발(R&D)에 연평균 100억 위안(1조9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12.3%의 복합성장률을 달성했다. 지난 2년 동안 307건의 핵심 발명 특허를 추가하며 대형 항공기용 탄소섬유 복합소재, 대형 적외선 광학 재료, 고효율 발전용 유리 등 다수의 기술 난관을 극복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신소재들은 운반로켓 창정(長征), 유인우주선 선저우(神舟) 등 시리즈에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2023년 5월 29일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시 '과학섬(科學島)'에서 촬영한 핵융합 유도 토카막 실험장치(EAST). 신화통신

국유자본 펀드도 중국의 전략적 신흥산업 발전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중국 궈신(國新)홀딩스 산하의 궈신펀드는 국유자본 운영회사로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 산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산업 핵심 기술, 프런티어 선도 기술 및 응용 기초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신기술∙신산업∙신업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말 기준 궈신펀드는 전략적 신흥산업 분야와 관련해 250여 개 프로젝트에 1000억 위안(약 18조 6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는 전체 투자액의 8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핵심기술, 원천기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궈신펀드는 누적 40여 개의 원천기술 근원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며 투자액은 약 220억 위안(4조 9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더불어 프리미엄 장비, 칩 제조, 신에너지, 검사∙검측, 핵심 소재 등 다양한 핵심 분야에 걸쳐 50개에 육박하는 히든 챔피언 기업의 프로젝트에 140억 위안(2조 6040억원)이 넘는 투자를 지원했다. 이밖에 국유자본이 투자 및 운영하는 회사들은 전문 플랫폼을 구축하고 소규모 기업에 초기 투자하는 전략을 활용해 스타트업 기업에 장기 투자 및 자본을 제공할 전망이다.

업계는 국가급 펀드의 전략적 신흥산업 배치를 통해 기업의 자주적 혁신 역량을 효과적으로 높이고 기업의 산업∙공급사슬의 탄력성과 유연성을 강화해 산업의 단계적 발전을 이끄는 경쟁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면책 조항: 이 글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게 있습니다. 이 기사의 재게시 목적은 정보 전달에 있으며, 어떠한 투자 조언도 포함되지 않습니다. 만약 침해 행위가 있을 경우, 즉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정 또는 삭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